124兆 퍼붓고 나서야 저출산 대책 구조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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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委, 육아부담 완화에 초점… 정책 절반으로 줄이고 예산 집중
취학前 의료비 전액 국가지원 추진

정부가 10년 넘게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3차 저출산 기본계획이 처참한 결과를 낳자 보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로드맵에선 새로운 내용을 담기보다 기존 대책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저출산 정책은 모두 194개에 달했다. 하지만 로드맵에선 94개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삭제했다. 청년 해외취업 지원, 템플스테이 지원처럼 저출산과 관련이 없음에도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된 정책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남은 100개 정책 중에서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아이돌봄서비스 확충 등 35개 정책에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 해 100개 정책을 추진하는 데 36조 원이 드는데 26조 원을 35개 핵심 정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 속에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꿔 두 자녀부터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아이 ‘많이 낳기’에서 아이 ‘쉽게 기르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7∼9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95명이었다. 합계출산율 1.0명 이하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기존 체제가 붕괴될 때나 등장하는 수치다. 정부는 2006년 합계출산율이 1.12명으로 떨어지자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4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결국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내몰리자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바꿨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2040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저출산 대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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