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향방, 英하원 손에…27일 의향투표로 결정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6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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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교착 상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영국 하원이 스스로 브렉시트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다. 테리사 메이 총리와 유럽연합(EU)이 도모한 합의안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반격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하원은 보수당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의향 투표(indicative vote)’ 실시에 대한 수정안을 27표 차(찬성 329표, 반대 302표)로 가결했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이 지지하는 브렉시트 대안을 찾을 때까지, 즉 하원의 뚜렷한 의향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레트윈 경의 수정안에는 의향투표에 부칠 제안과, 투표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능한 의향투표 옵션으로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재투표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캐나다 모델의 무역협정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잔류 ▲노르웨이식 EU 관세동맹 잔류 등이 꼽힌다.

의향투표는 27일을 기점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표결에 앞서 메이 총리는 의향투표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견해을 밝히며, 지금까지 하원은 어떠한 한 가지 대안에 대해 과반의 찬성의사를 보인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가 하원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확답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앨리스터 버트 외무부 부장관, 리처드 해링턴 기업부 정무차관, 스티브 브라인 보건부 정무차관 등은 의향투표를 추진하기 위해 사임을 결정하고 찬성표를 행사했다.

가디언은 레트윈 경의 수정안이 교착 상태를 타개할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보도했다.

첫째, 메이 총리의 경고대로 하원 과반수가 지지하는 브렉시트 대안을 찾게 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레트윈 경은 수정안에 투표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방안은 끝장투표를 통해 가장 인기가 없는 제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브렉시트 전에 과반 이상이 찬성하는 방안이 도출되리란 확신은 없다.

둘째, 정부는 하원이 선정한 브렉시트 대안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 수정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하원에서 강력하게 지지하는 ‘EU 관세동맹 잔류’에 대해 반대를 표명했다. 가디언은 입법부가 총리에 특정한 방안을 강요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셋째, 이 모든 과정이 하원의 자기만족을 위한 시간 낭비로 끝날 위험이 있다. 레트윈 경의 수정안에는 정부가 아닌 의회가 오는 27일 의사일정 주도권을 갖고 토론을 벌인 뒤 의향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하원의 의사 일정을 정부 각료만이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수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제 하원의 의지대로 의사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만약 27일 하원이 또 다른 제3의 방안을 내놓을 경우 ‘하원의 토론-대안 제시’라는 끝없는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도 생긴다.

가디언은 이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보수당의 강경 브렉시트파들이 28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3차 승인투표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3차 승인투표가 열릴지조차 현재는 알 수 없다.

한편 이날 함께 표결에 부친 노동당 마거릿 베킷 의원이 내놓은 수정안은 찬성 311표, 반대 314표, 3표 차이로 부결됐다.

베킷 의원의 수정안은 4월5일, 즉 브렉시트(4월12일) 일주일 전까지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하원은 브렉시트 연기를 위한 투표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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