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中, 美 경제침략”… 관세 이어 투자제한 폭탄 꺼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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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전쟁 연일 강공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는 인공지능(AI)과 5G칩 자체 개발에 나섰다. 미국 퀄컴과 인텔 등에서 수입하는 부품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지면 부품 조달길이 막힐 수 있다. 닐 캠플링 미라바우드증권 이사는 “중국이 석유보다 더 많은 반도체를 수입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을 국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기술기업인 애플과 구글은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를 걱정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전체 수익의 20%를 중국에서 올렸다. 중국 스마트폰의 77%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과 양국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정면 대결 의지를 밝혔고, 중국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보복 수단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환율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관세 폭탄’으로 승기 잡으려는 미국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잃을 게 더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55억 달러(약 560조 원)로 미국의 대중 수출액(1299억 달러)의 3.89배다. 관세 폭탄을 맞아 수출이 줄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중국 지도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액 차이 때문에 미국이 ‘관세 폭탄’ 판돈을 올리더라도 중국의 관세카드는 먼저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미국이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25% 부과를 발표하자, 중국도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밤 미 무역대표부(USTR)에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하면서 중국이 맞대응하면 다시 2000억 달러의 관세 폭탄을 추가로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산 수입품의 89%인 4500억 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밝혔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철회하면 농산품 등 7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제안도 거절했다.

나바로 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 ‘통상 매파들’이 장악한 백악관의 목표는 중국의 첨단기술 및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고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0’을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의 첨단기술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 경제침략 유형과 50개 이상의 조치를 상세히 분석한 6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의 다음 카드는 재무부가 준비하고 있다. 이달 30일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중국 기업이 확보할 수 없도록 중국 기업의 미국 기술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사드식 보복과 위안화 가치 하락 용인할 수도

‘포괄적 반격’을 선언한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한 뒤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 1980, 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 공화당 유력 정치인 지역구 등을 겨냥한 ‘표적 관세’ 부과 △미국 기업을 겨냥한 통관 검역 강화 △여론을 통한 불매운동 전개 △관광 제한 등 한국 기업에 썼던 ‘사드 보복식’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또한 자국 기업이 받을 관세 폭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고조되자 1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5% 하락하고 미 국채와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강화됐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 성장률 저하, 금융시장 불안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의 1차 관세 부과는 다음 달 6일 시작될 예정이다. 미중 양측은 통상협상은 중단했지만 남은 기간 막판 타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바로 국장은 “우리의 전화선은 열려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황규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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