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대 위 빌딩, 60도 기울고 3층이 1층으로 풀썩… 67명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불의 고리’ 대만 2년만에 화롄서 6.0 강진… 6명 사망, 258명 부상

타이루거(太魯閣)협곡의 절경이 유명해 한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인 대만 동부 화롄(花蓮)에서 6일 밤 발생한 강진(규모 6.0)으로 빌딩 4채가 무너지거나 기울어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빌딩 한 곳은 60도 이상 기울어져 있는 데다 기울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대만은 세계의 지진 활동이 집중된 환태평양 조산대를 가리키는 ‘불의 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7일 오후 현재 대만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6명이 사망하고 258명이 부상을 입었다. 기울어지거나 무너진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67명이나 돼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2016년 2월 6일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규모 6.4 강진이 발생해 117명이 사망한 지 꼭 2년 만에 다시 강진이 발생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1∼3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이 60도 이상 기울어 붕괴 위험에 처한 윈먼추이디(雲門翠堤)빌딩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 구조당국이 지지대를 설치해 붕괴를 막으려 하고 있으나 대만 언론들은 “1시간마다 5cm씩 기울고 있어 완전히 붕괴될 경우 안에 갇힌 실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 빌딩 1, 2층은 퍄오량성훠(漂亮生活·아름다운 생활)여관이고 3∼12층은 다세대주택이다. 이 건물에서 4명이 숨졌고 매몰된 약 50명이 아직 구조되지 못해 실종 상태다. 이곳에는 84가구 213명이 살고 있었다고 대만 매체들이 전했다. 화롄을 대표하는 11층짜리 퉁솨이(統帥·마셜)호텔도 1, 2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3층이 1층으로 주저앉았다. 6층짜리 바이진솽싱(白金雙星)빌딩, 9층짜리 우쥐우슈(吾居吾宿)빌딩도 무너지거나 기울어지면서 실종자가 발생했다. 빌딩 4채 이외에 90채의 일반 가옥이 붕괴됐다. 퉁솨이호텔 인근에서 공사 중인 호텔의 크레인은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


윈먼추이디빌딩 9층에 거주하던 한국인 김모 씨(58·여)가 출구가 막혀 건물에 갇힌 지 10여 시간 만인 7일 오전 극적으로 구출됐다. 김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한국 외교부는 “별다른 부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대만당국은 한국인 부상자가 14명이라고 집계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김 씨 외에 이 지역에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 12명과 가이드 1명은 현지 임시보호소에 머물다가 이날 오후 기차를 통해 안전지역으로 대피했음을 대만 외교부와 구조당국을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다. 13명 중 관광객 1명이 다리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공관과 영사콜센터를 통해 접수한 한국민 피해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대만 전문가들은 유독 빌딩 4채만 피해가 큰 데 대해 이 빌딩들이 지진활동이 일어나는 단층대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부실공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만 롄허신원왕(聯合新聞網)은 토목기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4채 모두 ‘저층 허약 빌딩’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빌딩 1층에 벽이 적고 기둥이 많아 약한 1층 구조가 건물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대만당국은 이 빌딩들의 건축 신청 당시 자료와 설계도면 등을 통해 부실공사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롄허신원왕이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도 토목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퉁솨이호텔이 외면이 불규칙한 형태로 안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강진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현지 보도에서 윈먼추이디빌딩 1, 2층에 있는 퍄오량성훠여관이 “여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방 벽들을 허무는 등 개조하면서 건물 중량을 견디는 힘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라는 주민들의 의혹을 보도했다.

6일 밤 지진 발생 당시 대만은 ‘국가급 경보’를 발령했다. 지진은 20∼30초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퉁솨이호텔에 머물던 중국인 여성 여행객 쿵(孔)모 씨는 “호텔 5층에서 자고 있다가 지진에 놀라 남편과 함께 1층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3, 4층에서 건물이 뒤틀려 내려가지 못하고 다른 계단으로 기어가다시피 해 옆 건물로 탈출했다”고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전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강진 다음 날인 7일 지진 현장을 방문해 “구조 활동을 절대 포기하자 말라”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지진 피해 지역에 7일간의 휴교령 등 임시 휴일을 선포했다. 4만 가구가 지진으로 단수됐다가 4900가구가 회복했으나 아직 3만5100가구가 단수 상태라고 대만당국은 밝혔다.

지진 발생 이후 규모 5.0 이상 지진 9차례를 포함해 약 250차례 여진이 이어져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대만 기상당국은 “앞으로 2주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발생할 것이고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다시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신진우 기자
#대만#지진#화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