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시간표도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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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진복구’에 밀린 ‘중의원 해산’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 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은 일본의 정치 경제 일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헌 구상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아베 총리는 8%인 소비세를 예정대로 10%로 올리지 않는 대신 이를 빌미로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후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중·참의원 합동선거에서 승리해 개헌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문제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소비세 인상 연기를 이유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합동선거를 치르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지진에 따른 일본 전체의 경제적 손실액이 660억 달러(약 75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선거보다는 지진 피해 복구와 부흥에 매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진 피해자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동시 선거는 어렵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참의원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되겠지만 이 경우에도 개헌론을 부각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선거 후 개헌 작업을 본격화하기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규슈 지진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심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국회는 지진 복구 중에도 TPP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총선 전에 법안을 통과시켜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논의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민주당 정권이 미숙한 초동 대처로 자멸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일단 복구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여론은 아베 총리의 초반 위기대처 능력에 ‘합격점’을 줬다. 마이니치신문은 19일 자체 여론조사(16, 17일 실시) 결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답변이 65%라고 보도했다. ‘적절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13%에 그쳤다. 아베 내각 지지율도 44%로 소폭(2%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원 물자가 신속하게 피해민에게 도달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라 아베 정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도 18일 국회에서 “(구호물품이) 대피소에 도착하지 않고 막혀 있는 곳이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는 19일까지 47명, 부상자는 1135명에 이른다. 이날 오전 구마모토 현의 한 주택 주차장에선 차 안에서 생활하던 5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폐혈관에 피가 뭉친 ‘패혈전색전증’으로 숨졌다. 좁은 차 안에 오래 머무르다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 생겨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진은 600회를 넘었다. 이날 구마모토 공항의 일부 비행편 운항이 재개되는 등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11만 명 이상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중의원 해산#지진#일본#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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