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도 ‘나만의 콜센터’ 만들기 쉬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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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챗봇 설계 서비스’ 시연해보니



4일 SK C&C 관계자가 코딩 능력 없이도 직접 문답을 설계할 수 있는 챗봇 개발도구 ‘에이챗(A-Chat)’을 시연하고 있다. SK C&C 제공
4일 SK C&C 관계자가 코딩 능력 없이도 직접 문답을 설계할 수 있는 챗봇 개발도구 ‘에이챗(A-Chat)’을 시연하고 있다. SK C&C 제공
최근 조립식(DIY·Do It Yourself) 가구업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이 온갖 욕설로 도배됐다. 배송받은 제품을 조립하다 막힌 고객이 홧김에 올린 ‘폭탄 게시물’이었다. 퇴근 시간 후라 고객센터나 문답이 한정된 Q&A 게시판 모두 제때 대응할 수 없었다. 험한 욕설에 충격을 받은 고객만족(CS) 부서 직원들은 ‘챗봇(Chatbot)’ 업체 문을 두드렸다. 담당자가 질의를 일일이 읽고 답하는 기존 게시판이 ‘우체통’이라면 컴퓨터가 응대하는 챗봇은 24시간 울리는 ‘전화기’인 셈이다.

대규모 고객응대(콜센터)나 사내 업무안내(기업용 메신저) 등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챗봇이 소상공인과 개인도 이용하는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챗봇은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에 따라 준비된 답을 내놓는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SW)다. 24시간 일대일 응대를 통해 인건비나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애를 먹는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일 대안으로 떠올랐다.

○ 고객이 직접 만드는 DIY 챗봇 등장

SK C&C는 올해 2월 이용자가 직접 질문과 답을 설계하는 ‘코딩 없는 DIY’ 챗봇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정보기술(IT) 지식이 없어도 마우스 조작과 타자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다. 업체는 챗봇 구축에 드는 비용과 인력도 기존보다 50% 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달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SK C&C 사옥에서는 DIY 챗봇 ‘에이챗(A-Chat)’ 설계가 시연됐다. 코딩에 문외한인 기자도 SK C&C의 인공지능(AI) 에이브릴 포털에 접속한 뒤 클릭 몇 번으로 챗봇 응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에이챗은 가장 많은 품이 들어가는 기본 대화 모델을 미리 제공했다. 회사 전화번호나 담당자 e메일 주소 등 기본 정보와 인사말, 날씨, 시간 등 자주 묻는 업무영역 외의 대화를 포함한다. 40여 종류의 대화세트를 챗봇에 탑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자신의 이름과 기능 등 자기소개는 물론이고 ‘배고프다’ ‘졸리다’ 등 기분을 표현하는 감성대화도 척척 받아냈다.

에이챗은 AI(에이브릴)가 입력한 문답을 학습(딥러닝)해서 질문이 조금 달라도 최적의 답을 내놓는다. AI가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얘기다. 설계자가 “마감 시간은 언제야”라고 입력해둔 경우 ‘언제 문 닫아’ ‘문 닫는 시간?’ 등으로 물어도 비슷한 답변과 연결됐다. 엑셀 프로그램에 ‘질문/의도(키워드)/응답’ 세 가지 칸만 기입하면 챗봇을 언제든 학습시킬 수 있다. 기자가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 홈페이지에서 찾은 ‘자주 묻는 Q&A’ 게시판 문답 내용 150개를 엑셀 양식에 넣자 이를 1분 만에 학습한 뒤 곧바로 대답을 내놨다.

최재철 SK C&C 에이브릴플랫폼팀 수석은 “챗봇 대부분은 단답형 대화만 가능해 연속 대화를 하거나 표현이 조금만 달라도 정확한 답변이 어려웠다”면서 “에이챗은 비슷한 표현의 질문을 5개만 입력하면 알아서 의도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모태인 에이브릴이 ‘찾아줘’ ‘찾고 싶어’ 등처럼 조사나 어미의 변화와 내일, 모레, 글피 등 한국어 단어 학습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에이챗은 구글 폼 등 인터넷에 공개된 무료 양식과도 연동된다. 예약에 대한 질문을 하면 예약 플랫폼으로 화면이 전환돼 예약자 이름이나 시간, 주문사항 등을 바로 남기거나 지도나 동영상이 담긴 인터넷접속주소(URL)로 연결된다. 숙박업소는 객실 상황을 보여주거나 육아맘 카페에서는 이유식 만드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연결시킬 수도 있다. SK C&C는 2월에 에이챗을 출시한 뒤 약 석 달간 500여 개의 챗봇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 소상공인 위한 챗봇 서비스 속속 출시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전용 챗봇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로보는 중소상공인을 위한 비즈봇 서비스를 출시했다. 식당, 카페, 뷰티 등 다양한 업종에서 상담, 예약 및 결제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리화이트는 동네 세탁소를 대상으로 챗봇을 이용한 주문 서비스를 지원한다. 수거·배송 시간 문의, 결제 및 영수증 서비스를 챗봇으로 제공한다.

앞서 챗봇을 도입한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계는 벌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일대일 소비자 상담 챗봇을 도입한 신세계몰은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챗봇 문의 건수가 3000건을 넘었다. 그 대신 전화를 통한 문의 건수는 하루 평균 9.5% 감소했고, e메일 상담은 32.4% 줄었다.

챗봇 업계 관계자들은 “챗봇은 24시간 응대가 가능해 게시판보다 효율적”이라며 “곧 챗봇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콜센터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나아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개인이 챗봇으로 자기 PR를 하는 시대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챗봇#sk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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