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로 美 소비자들 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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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에 ‘관세 폭탄’
완제품 가격 4∼8%씩 오르자 월풀-GE 등도 덩달아 가격 인상

미국 정부의 수입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여파로 한국산 세탁기의 가격이 오르자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현지 업체들까지 덩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로 결국 미국 소비자들만 손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세탁기의 가격을 약 8% 인상했다고 9일 밝혔다. LG전자는 3월 8일부터 제품별로 4∼8%를 인상했다. 삼성과 LG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20%의 관세를 물게 됐지만 이를 모두 완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8%대로 상승폭을 조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월 7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중 120만 대 미만에는 20%의 관세를, 120만 대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내용의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올해 1분기(1∼3월)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물량이 120만 대를 초과하지 않아 50%의 관세가 붙는 상황은 면했다.

제품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졌던 월풀, GE 등 미국 업체들은 경쟁사였던 국내 업체의 제품 가격이 오른 틈을 타 함께 가격을 올리려 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월풀의 크리스틴 셔먼 글로벌 홍보수석은 “원자재 가격 상승, 혁신에 대한 투자 등으로 인해 2분기(4∼6월)부터 건조기와 세탁기 가격을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GE 역시 4월 말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유통업체에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들이 일괄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 몫이 됐다. 같은 성능의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제품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월풀과 GE 역시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미국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검토할 때부터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논리를 강조해 왔다.

삼성과 LG가 비싼 제품 가격으로 인해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는 상황은 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미국 공장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1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생활가전 공장을 가동한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생산물량을 1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3분기(7∼9월)부터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의 세탁기 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종 목표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판매물량 100%를 생산해 관세를 물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현지공장에서 모두 생산한다 해도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세이프가드#관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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