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강펀치 “한국 재건-방어해줬는데 돌아온건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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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심상찮은 무역공세 왜

한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보복 발언 수위가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과 멕시코를 미국 일자리를 도둑질해 간 주적(主敵)처럼 묘사했고, 한국은 그런 강성 발언 때 곁들여지는 ‘양념’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1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국무위원 및 연방위원들과 무역 관련 50여 분간의 공개회의를 하면서 중국은 10번, 일본은 4번 거론한 반면 한국은 무려 17차례나 언급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주공격 대상이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 보호무역 강펀치 노리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관세 부과로 무역 상대국을 수시로 압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발표될 예정이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말로만 그쳤다. 주요 대선 공약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지금까지 결론을 맺지 못했다. 미국 CNN은 13일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사는 94건으로, 전년(2016년)보다 81%나 증가했지만 이 중 일부가 보류되거나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강 펀치는 아껴두고 많은 잽만 날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잽만 날렸다’는 지지자들의 평가를 의식한 듯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며 보호무역 강펀치를 예고했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경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남기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보호무역 정책이었던 NAFTA 재협상이 지지부진해진 점이 한국을 향한 무역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개시된 NAFTA 재협상은 지난달 말까지 여섯 번에 걸쳐 진행됐지만 자동차 원산지 기준,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 문제 등으로 합의가 요원해 보인다. “NAFTA를 탈퇴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공허해져 버린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4일 발표한 ‘NAFTA 재협상 동향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최근 미국 행정부가 종전과 미묘하게 다른 무역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어 NAFTA 폐기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에서 NAFTA 폐기로 경제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한국 정부, “트럼프 발언은 협상력 높이려는 것”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은 한미 FTA뿐만 아니라 NAFTA에 대해서도 ‘협상이 잘 안 되면 폐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NAFTA와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 압박 조치가 자국 기업의 주장을 과도하게 반영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 AFA는 미 상무부가 제소를 당한 기업(한국)의 자료가 아닌 제소한 기업(미국)의 자료를 근거로 관세를 정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무역보복 막말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복잡한 일도 말로 해결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건설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설을 보도한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면서 “생큐 삼성”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를 당연시하면서 그 결과가 자신의 업적인 것으로 홍보하는 마케팅 감각을 선보인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4개월 뒤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를 ‘미국 일자리의 본토 귀환’으로 포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지적이 많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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