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데이비드 만 “튤립은 향기라도 있지만…비트코인은 투기일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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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인터뷰

데이비드 만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데이비드 만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비트코인은 향기 나는 튤립만 못하다. 하이리스크 ‘제로’ 리턴이 될 것이다.”

데이비드 만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SC제일은행이 개최한 ‘2018글로벌 리서치 브리핑’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 금융업체와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글로벌 경제동향을 브리핑하는 행사다. 18년간 SC그룹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그는 글로벌 경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는 평을 듣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상통화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최근 비트코인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만 수석의 말을 듣고 있자니 상당한 비관론자였다.

“비트코인은 지폐처럼 그 자체로 가치가 없고 교환 수단도 되는 만큼 일정 부분 화폐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변동성이 크고 해킹 등 만일의 사태가 터졌을 때 책임질 주체가 없다.”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각국 정부가 가상통화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투기적 상황의 부작용이 큰 가상통화를 규제해야겠지만 자칫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해칠 수 있어 선뜻 규제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신산업에 대해 지켜보는 상황이다.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커지면 각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초 1200원 안팎이던 환율은 꾸준히 떨어져 최근 1070원대까지 내려갔다. 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10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1000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일본 엔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환율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SC제일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로 3.9%를 제시했다. 국제적으로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 잠재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들이 보유자산을 축소하고 있는 데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자산 증가 속도가 점차 줄고 있고, 내년엔 오히려 자산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수출 성적이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물인터넷 수요가 지속돼 반도체 수출이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니다. 중국의 재고 확충 사이클 약발이 올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또 금리를 올릴 수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이를 고려하고 있어서 차입비용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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