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학교 148개 필요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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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존 학교 공동화 심화 우려

15년 만의 ‘3기 신도시 계획’이 19일 발표된 뒤 교육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끝없는 출산율 하락에 기존 학교마저 비어가는 상황에도 신도시를 위한 학교를 148개나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도 부담이지만 인구 이동에 따른 도심 학교 ‘공동화(空洞化)’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존 학교의 폐교나 이동도 쉽지 않아 학생은 없는데 학교 수만 늘어날 상황이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에 총 12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된다. 최근 경기 화성의 동탄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이후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역의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짓기로 했다. 동탄 신도시 조성 당시 유치원 공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기업형 사립유치원이 대거 설립되며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에 설립될 학교수를 시뮬레이션했다. 15만 가구 입주 시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유치원 70개 △초등학교 38개 △중학교 25개 △고등학교 15개 등 총 148개 유초중고교(3708학급)를 신설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상 초등학교는 4000가구당 1곳, 중학교는 6000가구당 1곳, 고등학교는 1만 가구당 1곳을 공급해야 한다. 3기 신도시의 학교 신설비용은 약 2조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공립유치원 1개를 세우는 데 평균 100억 원, 초중고교 1곳 설립 시에는 평균 25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학교 설립 재원보다 교육당국의 더 큰 고민은 기존 학교의 공동화다. 학생 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학생의 ‘이동’에 따른 설립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새 학교가 생기는 만큼, 기존 학교의 학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은 물론이고 최근엔 서울 지역도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폐교나 학교 이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 사상 처음으로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학생수 감소를 버티지 못한 초등학교 폐교(은혜초) 사례가 나왔다. 서울 풍문여고 등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마저 학생을 찾아 강남,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학교를 옮기는 형편이다. 당장 2020년 국내 고교생 수(145만 명)는 내년(156만 명)보다 10만 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학생 수가 태부족인 종로, 중구, 용산 등 서울 중심부 학교들의 고민은 크다.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20년 뒤 학생 수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학생이 없는 지역의 학교를 신도시로 옮기면 될 것 같지만 학교를 옮기려면 기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 학생들의 수용계획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특히 기존 학교를 폐교할 경우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이 워낙 커 학교 수를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도시의 실제 학생 수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작은 평형이 많으면 초등학생 수를 높게 잡고, 대형 평형이 많으면 중고교생 수를 많이 잡지만 정확한 건 실제 입주가 돼봐야 안다”며 “이런 이유로 학생 수용계획을 미리 잡는 게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3기 신도시#학교 148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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