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체사상, 공산주의-마르크시즘과 어떻게 다른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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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의 유일한 지도이념으로 알려진 주체사상이 공산주의와는 어떻게 다른지, 마르크시즘과는 또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아산서원 14기)

A. 주체사상은 김일성 일가의 수령유일지배체제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공산주의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변용한 사상입니다. 공산주의는 일부 지배계급이 독점한 생산수단을 인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를 말합니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등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공산주의 사상·이론과 건설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 합니다. 마르크스, 엥겔스는 자본주의를 인간 소외, 착취 등을 초래하는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토지·공장·은행 등 생산수단을 독점한 부르주아(자본가, 지주, 상인 등 유산계급)는 일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프롤레타리아(노동계급, 무산계급)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착취함으로써 부를 축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지배에 복무하는 지배계급의 도구로 규정했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는 계급투쟁을 선동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를 타도하고, 부르주아가 소유한 생산수단을 빼앗아서 공동소유로 만들어야 인간에 대한 착취를 없애고 평등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레닌은 공산주의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업적 혁명가들로 구성된 공산주의 전위정당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계급투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전 세계적 범위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1982년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아 주체사상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 건립된 주체사상탑. 동아일보 DB
1982년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아 주체사상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 건립된 주체사상탑. 동아일보 DB

레닌이 지도하는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은 1917년 11월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리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사상으로 하는 최초의 공산주의국가인 소비에트연방공화국(구소련)을 건설했습니다. 이후 공산주의국가들은 세계 각지에서 수립되었습니다. 공산주의국가들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합니다. 첫째, 헌법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공식적인 이데올로기로 채택합니다. 둘째, 기본적 생산수단의 국유제(공유제)를 채택합니다. 셋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사상으로 하는 공산당 일당독재를 실행합니다.

북한은 이러한 특징을 공유한 전형적인 공산주의 국가였습니다.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조선노동당은 1948년 소련의 지원 아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습니다. 김일성은 집권 초기에 국내외에서 많은 정치적 도전을 받았습니다. 소련·중국은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국내파(남조선 출신), 소련파(소련 출신), 연안파(중국 영향)는 김일성과 권력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김일성은 ‘사상에서의 주체’를 주장하면서 소련·중국의 간섭에서 벗어났고,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했습니다. 초기 주체사상은 북한의 국가운영 과정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교조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북한 실정에 맞게 북한식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사상이었습니다. 김일성은 사상에서의 주체를 내세우면서 소련·중국을 추종하는 소련파·연안파를 사대주의·교조주의로 몰아서 숙청했습니다.

김일성이 반대파 숙청에 성공하면서 김일성의 권위가 절대화되었고, 김일성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수령유일체제가 형성됐습니다. 김일성의 권위가 절대화하면서 주체사상의 독자적인 철학체계를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황장엽은 김일성의 승인을 받아서 1958~73년 주체사상의 독자적인 철학체계를 개발했습니다. 황장엽은 철학적 원리, 인간중심 사회역사관, 인간관·생명관 등으로 구성된 인간중심 철학을 개발했습니다. 철학적 원리는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왼쪽)와 그의 측근인 김덕홍 전 조선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모습. 동아일보 DB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왼쪽)와 그의 측근인 김덕홍 전 조선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모습. 동아일보 DB

황장엽은 1974년 주체사상 관련 글들을 김정일에게 보냈습니다. 김정일은 1982년 인간중심철학을 기초로 한 주체사상을 발표했고, 1985년 10권으로 구성된 ‘위대한 주체사상 총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1980년 조선노동당 규약에, 1992년 사회주의 헌법에,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규정했습니다.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자유로운 연구가 금지됐습니다. 김정일이 발표한 주체사상은 인간중심철학, 마르크스-레닌주의(프롤레타리아독재론, 계급투쟁론), 민족주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수령론·후계자론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김일성·김정일은 마르크스-레닌주의(프롤레타리아독재론, 계급투쟁론),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수령론·후계자론을 가지고 김일성 일가의 유일지배체제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했습니다. 이후 주체사상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유일지배체제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데 활용됐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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