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대북 ‘세컨더리 제재’ 경고… 韓에 쏠리는 의심 털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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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의 북한 관련 기관·개인 신상정보란에 ‘세컨더리 제재 주의(secondary sanctions risk)’라는 문구를 최근 추가했다. 세컨더리 제재는 제재 대상 국가, 즉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개인 또는 기관까지 처벌하는 미국 독자적 제재로서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개념이다.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경고 수위를 올린 이번 조치는 미 재무부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우리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7곳과 전화회의를 열어 엄격한 대북제재 준수를 주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재무부는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우리 은행들과의 전화회의를 요청해 “제재를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은행들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명백한 경고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정부 간 이견은 잇단 불협화음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의 부주의한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싸늘한 공개 경고까지 낳았다. 미국의 불신은 이제 한국의 은행들에까지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앞서 7월엔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밀반입되는 과정에 국내 은행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산 바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북한과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한국이나 외국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될 뿐만 아니라 파산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 금융제재의 파괴력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로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BDA은행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했고,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의 자금 거래를 중단했다. 북한엔 ‘피가 얼어붙는 고통’을 줬고, BDA은행은 파산과 함께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 앞선 BBC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국제 제재의 틀 속에서 그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하려 한다”며 공동조사와 연구, 향후 방안 협의 등을 예시했다.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가 아닌, 제재 완화에 대비한 조치라는 얘기지만 그 경계는 모호하기만 하다. 특히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은 엄격한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한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의심부터 털어내야 한다.
#특별지정제재대상#세컨더리 제재#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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