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의 북핵을 어쩔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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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가 9일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나흘간의 행사를 마쳤다. 당의 ‘최고 수위’라고 북이 의미를 부여한 노동당 위원장은 1949년 북조선노동당과 남조선노동당이 조선노동당으로 통합할 때 김일성이 맡았던 직책이다. 할아버지처럼 유일 영도체계를 확립하고,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先軍)정책에서 당으로 중심축을 옮겨 3대 세습 왕조의 계승자로 ‘셀프 대관식’까지 끝냈다.

김정은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문화한 데 이어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당 규약을 개정해 경제와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항구 전략으로 명시했다. 이제 김정은 체제의 붕괴 없이는 핵 포기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미국은 북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검토했지만 김정은의 핵보유국 선언을 보고 평화협정 카드를 접은 듯하다. 33세 김정은이 당·정·군의 일인자로 등극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도 길어질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핵 포기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북의 정권 교체를 비롯해 특단의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문제는 우리에게 과연 그런 역량이 있느냐다. 국가정보원이 처형당한 것으로 보고했던 이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건재하고, 중앙위원에 오른 김여정은 결혼과 출산설이 제기됐지만 미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산 명품 운운한 수리온(KUH-1) 헬기 기체와 앞 유리창에 균열이 생겼고, 방산업체인 한진중공업을 북 정찰총국이 해킹해 군사기밀을 빼내 간 의혹도 제기됐다.

북은 방북한 영국 BBC방송 기자가 김정은을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일의) 아들’이라고 보도한 내용을 트집 잡아 추방했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인 채 언제까지 살아갈 순 없다. 박 대통령은 군의 태세를 다잡으면서 나라의 안보태세와 대북(對北) 전략을 근본에서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7차 노동당 대회#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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