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이어 롯데까지” 유통업 패닉 떠날수도 없고… 속만 끓이는 현대車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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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中서 철수]5조 들여 공장짓고 판매망 구축
현대車, 생산중단 반복하며 버텨
파리바게뜨 등 식품업계도 불안

롯데마트의 전격적인 철수 결정으로 사드 여파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롯데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은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에 수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지은 데다 어렵게 구축한 판매망을 버리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세계 전체 판매량(국내 판매량 포함)의 각각 23.5%(114만2016대)와 21.5%(65만6대)를 팔았다. 올해 상반기(1∼6월)에 판매량이 급감했다고 제1의 수출 시장에서 당장 철수를 거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구조인 셈이다.

기존에 투자한 공장과 판매망도 쉽게 ‘포기’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울 만큼 큰 자산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에 모두 9개 공장을 설립하고 연간 27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중국 현지 업체와 절반씩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약 5조 원으로 추정된다. 또 지금 어렵다고 중국에서 빠져나오면 10여 년간 어렵게 쌓은 판매망도 물거품이 된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중국 같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재진입할 때는 딜러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기존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현대차의 중국 1∼4공장은 생산과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지만 평균적인 공장가동률은 5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만 바라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한 부품업체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145개 한국 부품업체가 28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20여 개 업체가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동반 진출한 업체다.

유통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20년 만인 올해 사업 철수를 이미 선언했다. 2010년대 초반 26개까지 늘어났던 점포는 올 초 6개까지 줄었고 이마저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롯데마트까지 ‘완전 철수’에 무게를 두면서 한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에서 처절한 실패만 맛보게 됐다.

식품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SPC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파리바게뜨 200호점을 열었다. 그러나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피해를 보면서 성장가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맹점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사드 여파가 지속되면 사업 확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투썸플레이스와 뚜레쥬르 등 중국 내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CJ푸드빌 역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는 반한(反韓) 감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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