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최순실 기사로 킹크랩 시연”… 김경수 “본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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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경수 영장심사서 새 증거 제시… 당일 네이버 접속기록-IP주소 제출
법원, 범죄혐의 소명 못했다고 판단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허익범 특검팀이 일차적으로 김 지사의 범죄 혐의를 법원에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 등 주요 관련자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이 주장하는 김 지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특검 수사는 핵심 수사 대상인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수사 기간 연장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김 지사는 곧바로 귀가했다. 전날 오전 10시 9분경 짙은 감색 양복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법원에 나온 김 지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2시간 반가량 이어진 심사를 마치고 법정 대기실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특검팀이 이날 새로 내놓은 증거를 놓고 김 지사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사에서 특검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했을 때 ‘킹크랩’(자동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 시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라오스에서 가입된 것처럼 조작된 네이버 아이디 3개를 사용해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 ‘비공감’을 킹크랩으로 자동 반복 클릭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당시 김 지사가 출판사에 머물렀던 저녁 시간대에 킹크랩 작동과 방식이 유사한 네이버 접속 기록과 인터넷주소(IP주소)를 이날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당시 출판사 2층 강연장에서 킹크랩 시연이 이뤄진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검팀은 킹크랩 시연 때 김 지사에게 보여준 기사는 2016년 10월 19일 JTBC가 보도한 ‘20세 정도 차이에 반말…측근이 본 최순실-고영태’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연을 한 시간은 이날 오후 8시경이며 총 16분 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단순히 지나친 정도의 시간이 아니라 16분을 들여 킹크랩 시연을 보여줬다면 김 지사가 보지 못했다고 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6일과 9일 김 지사가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받을 때는 이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
#드루킹#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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