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증인들 어디로 갔을까…황당한 MB “꼭 불러와라”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7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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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김성우 등 하나같이 ‘폐문부재’로 소환장 송달 안돼
“피고인 권리 지켜져야 법원 판단도 정당” 지적도

이명박 전 대통령. (뉴스1 DB) 2018.10.5/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 (뉴스1 DB) 2018.10.5/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78)이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는데 핵심 진술을 한 옛 측근들이 연달아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 전 대통령도 속을 태우고 있다.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라도, 올바른 판결을 받을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재판 전략을 전면 수정한 상황이다. 1심에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옛 측근 등의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징역 15년 선고의 배경이 되면서, 적극 증인으로 불러 하나씩 다투기로 했다. 당초 이 전 대통령측이 항소심에 세우기로 한 증인은 22명 이었지만 재판부가 너무 많다고 해서 15명으로 줄였다.

문제는 이들이 법정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를 대신 납부했다”고 자수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같은 달 1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운영에 개입했다”고 밝힌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불출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채택된 증인 100여명이 피치 못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출석한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법원은 이들과 또다른 핵심 증인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등에게 증인소환장을 발송했지만, 모두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닫히고 거주자가 없음)로 송달이 안 된 상태다. 집행관이 직접 집까지 찾아갔지만 역시 전달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이 증인 출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강훈 변호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명도 아니고 모두 똑같이 폐문부재라는 건 고의성이 있다고 본다”며 “법정에서 반대신문에 추궁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도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도) 황당해하고 있다”며 “이 사람들을 어떻게든 꼭 (법정에) 불러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현재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원에 이들 증인에 대한 구인장 발부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법원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을 강제로 구인하려면 소환장을 받았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에나 가능한데, 해당 인물들이 자신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증인 채택 사실이 기사로도 나왔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의 경우 지난달 31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이 삼성가(家) 빈소는 찾아 조문한다는 건 아무리 봐도 의도적인 회피라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이 마땅히 누려야 할 피고인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올바른 사법 시스템 아래에서 선고돼야 그 결과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측근의 진술을 반박하려는 시도는 우리 헌법과 법률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라며 “이 전 대통령이 아무리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이런 피고인의 권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존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며 재판을 거부하고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최소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가진 권리를 통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합당한 형이 선고되기 위해서라도 증인들이 출석하는 게 맞고, 양쪽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후 내린 항소심의 판단도 정의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한 구인장 발부 여부에 대해 오는 18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증인으로는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총무기획관, 김 전 사장 등이 예정됐다. 이날도 소환장 송달이 안 돼 증인이 또다시 불출석한다면 재판 진행을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거나 증인 채택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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