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SW의 융합… 퀀텀점프 디딤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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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5> 성장동력 되살리자
(下) 혁신 없는 공장에 미래 없다

완전 자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시 스마트공장(위쪽 사진)과 LS산전의 친환경 공장 그린 팩토리 
모습. 두 곳 모두 국내 생산현장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KAI·LS산전 
제공
완전 자동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시 스마트공장(위쪽 사진)과 LS산전의 친환경 공장 그린 팩토리 모습. 두 곳 모두 국내 생산현장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KAI·LS산전 제공
국내 제조업은 생산 부가가치액 기준으로 국내 경제의 31%를 떠맡고 있다. 독일과 함께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수출액의 98%를 제조업이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는 제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 국내 제조업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 글로벌 환율 불안, 내수침체 등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27일 지난해 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액이 199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오른 고비용 생산구조가 제조업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유일 항공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완전 자동화 공장과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한 LS산전의 그린 팩토리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항공기 업계 유일의 자동화 공장

지난달 19일 찾은 KAI의 경남 사천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를 보는 듯했다. 1만여 m² 크기의 공장 안 모든 기계가 정해진 역할과 규칙에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곳에선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의 최신 항공기 A350에 들어갈 윙립(좌우 날개에 갈비뼈 역할을 하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 KAI는 1000억 원을 투입해 2011년 세계 최초로 항공기부품 생산라인을 완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에어버스의 전 세계 주요 협력사들 중 완전 자동화 방식을 택한 곳은 KAI 사천공장이 유일하다.

KAI 사천공장은 에어버스 최신 항공기인 A350 양 날개에 들어가는 33개의 뼈대를 만든다. 각 뼈대의 길이는 60cm부터 5.4m까지 모두 다르다. 사천공장은 한 달간 평균 항공기 15대에 들어가는 날개의 뼈대를 제작한다.

항공기 부품 제작 과정은 미묘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단 한 곳이라도 종잇장만큼의 틈새가 발생하거나 부품의 길이와 두께가 설계와 조금만 달라도 나비효과처럼 항공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항공기 제작 과정은 유독 사람의 손을 많이 거쳐야 한다.

하지만 KAI 사천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고작 8명. 이들은 원자재가 공장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최종 완성품에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한다. 나머지 과정은 모두 기계가 맡는다. KAI 생산본부 김병주 팀장은 “선례가 없는 자동화 공장을 만들기 위해 설계 과정부터 수백 번도 넘는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품질이나 생산성 모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공장 자동화와 관련한 기술의 80%는 KAI가 자체 개발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뼈대의 모서리를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기계다. 날개 뼈대를 만들려면 원재료인 알루미늄 덩어리의 95% 정도를 깎아내야 한다. 얼마나 정확하게 빠른 속도로 작업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팀장은 “KAI가 독자 개발한 장비는 100%에 가까운 작업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특허조차 내지 않고 일부 전문가만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소프트웨어(SW)로 무장한 그린 팩토리

LS산전의 충남 천안, 충북 청주 사업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 친환경 공장(그린 팩토리)으로 국내외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LS산전은 이 두 사업장에 2009∼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태양광발전시스템 및 연료전지 등을 설치했다. 두 공장의 전력소비량은 2009년 시간당 2563MW에서 2012년 1432MW로 44% 이상 감소했다. 에너지비용 절감 효과만 연간 1억3000만 원에 이른다.

그린 팩토리의 핵심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SW에 있다. LS산전이 자체 개발한 공장 에너지 관리시스템(F-EMS)은 각 부서별, 생산설비별 에너지소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분석한다. 특히 F-EMS는 이 회사 생산계획 및 실적과 실시간 연동돼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게 가능하다. 무조건 에너지 사용량만 줄일 경우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S산전에서는 이를 ‘에너지 경영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LS산전 관계자는 “F-EMS는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켜 공장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LS산전은 이 밖에도 지능형분전반(SCP), 전력선통신(PLT) 등 다양한 그린 팩토리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LS산전은 그린 팩토리 시스템을 부산사업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LS산전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글로벌 리서치업체 톰슨로이터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선정됐다.

○ 제조업 혁신의 해법은 SW 융합

정부는 KAI 사천공장과 LS산전 그린 팩토리 같은 ‘스마트 공장’을 2020년까지 국내에 1만 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다양한 SW기업들과 제조업체들을 짝지어 생산현장을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국내 제조업계의 부족한 SW 파워가 결국 최근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SW를 뒤늦게 제조업 생산현장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해 제조업이 시장을 창출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마트 공장의 핵심인 센서와 산업용 로봇 등에 대한 정부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국내 생산현장의 자동화 설비, 센서, 로봇을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면 향후에도 자체 경쟁력 개선은 불가능하다”며 “미래 제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이런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천=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제조업#SW#퀀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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