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도전을 해야 더 큰 행운도”…베트남, 다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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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8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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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언론 “요르단과는 최근 2무승부” 자신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응우옌 콩 푸엉의 두번째 골에 환호하고 있다. 2019.1.8/뉴스1 © News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응우옌 콩 푸엉의 두번째 골에 환호하고 있다. 2019.1.8/뉴스1 © News1

지난해 12월 말 잠시 한국을 찾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와 행운을 가져다 준 해”라고 회상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성과들을 냈고 덕분에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 대우를 받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은 상황을 만들었기에 2019년 박항서 감독의 행보를 걱정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박 감독은 “솔직히 가까운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하지 않느냐 이야기도 한다. 옳은 말이다”라고 웃은 뒤 이내 표정을 바꿔 “하지만 난 계약이 1년 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약 기간 중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행운이 찾아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피해갈 생각 없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전했다. 그의 선택, 용감한 도전이 옳았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에 또 다시 행운이 찾아왔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스즈키컵 우승 등 지난해 베트남 축구가 아무리 돌풍을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레벨’이 다른 팀들이 참가하는 아시안컵에서도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박 감독 스스로도 “스즈키컵과 달리 아시안컵은 강팀들이 많이 나오기에, 베트남 국민들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똑같다”는 말로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싶지는 않다는 승부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역시 쉽지는 않았다.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어떻게든 승점을 획득해야했던 이라크와의 1차전에서 베트남은 잘 싸우고도 경기 막판 역전골을 내줘 2-3으로 석패했다. 2차전에서는 우승후보 이란에 0-2로 졌다. 베트남의 돌풍은 거기서 멈추는 듯싶었다.

일단 베트남은 지난 16일 열린 예멘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4개조 3위들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16강 티켓’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약간은 아쉬웠다. 만약 예멘전에서 1골만 더 넣었다면 자력 진출이 가능했는데 막판 힘이 부족해 17일 열리는 E조와 F조의 결과를 지켜봐야했다. 선수들도, 베트남 국민들도 간절했다.

8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기를 찾은 베트남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9.1.8/뉴스1 © News1
8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기를 찾은 베트남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9.1.8/뉴스1 © News1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VnExpress)’는 “전날 예멘과의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이날 쇼핑과 관광을 하며 휴식을 취하다 호텔로 돌아와 레바논과 북한의 경기를 함께 지켜봤다”고 전했다. ‘단 트리(Dan Tri)’ 등은 현지 매체들은 북한과 레바논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생중계 및 문자 중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국민적 염원이 모여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F조 최종전에서는 오만이 투르크메니스탄을 3-1로 제압, 1승2패(승점3?골득실0)로 베트남을 골득실에서 앞서 16강에 올랐다. 이어 열린 E조 마지막 경기에서는 레바논이 북한을 4-1로 꺾었다. 레바논은 베트남과 승점뿐만 아니라 골득실, 다득점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다. 두 팀은 대회 규정상 ‘페어플레이 포인트’로 우열을 가렸는데 베트남이 –5, 레바논은 –7을 기록, 베트남이 레바논을 제치고 16강 막차의 주인공이 됐다. 옐로카드 2장이 가른 희비였다.

‘VN익스프레스’는 휴대폰으로 레바논과 북한의 경기를 지켜보다 자신들의 진출이 확정되자 어깨 걸고 기뻐하는 선수들의 동영상을 소개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포기하지 않은 도전이 결국 행운을 불러들인 셈이다. 이제 베트남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다시 뛴다.

베트남은 오는 20일 요르단을 상대로 8강행에 도전한다. 쉽지 않은 전력이다. 요르단은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면서 조별리그를 2승1무 무패로 통과했다. 하지만 기세는 베트남도 만만치 않다.

‘베트남뉴스(Viet Nam News)’는 “베트남 국민들은 희망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그냥 또 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매체는 “베트남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요르단과 두 번 만나 모두 무승부를 거뒀다”면서 충분히 극복할 상대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2019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요르단을 상대했는데 2017년 호치민에서 0-0, 2018년 암만 원정에서 1-1로 비긴 바 있다. 행운도 포기 않는 도전에서 나온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함께 베트남이 다시 들끓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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