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입맛에 맞는 선물 공세… 비핵화 조치 진전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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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군유해 송환 임박

북한이 사상 최대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해 송환을 통해 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본격 내비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직접 비핵화와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다 보니 언제쯤 실질적인 비핵화 후속합의란 ‘본편’이 시작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사상 최대 유해 송환으로 북-미 신뢰 구축 노린 듯

미군 유해 송환은 1988년 12월 시작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 테이블에 처음 올라온 뒤 30년 동안 북-미가 논의해 온 주제다. ‘Leave no man behind(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버려두지 않는다)’를 철칙으로 삼는 미군은 북한과 협의할 때마다 유해 송환을 요청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은 7697명이며 이 중 북한에 묻혀 있는 유해는 5300구에 달한다.

북한이 공동성명 후속조치의 첫 단계로 미군 유해 송환을 선택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파격적인 것은 송환 유해의 수다. 19일(현지 시간) CNN 등 미국 언론 보도대로 한 번에 200구를 송환한다면 전례 없는 수가 된다. 앞서 1993년 148구의 유해가 송환된 연 최다 기록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번에 거론되는 200구는 북한이 2007년 송환 중단 후 지금까지 자체 발굴해 미국과의 ‘거래용’으로 보관해 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유해 송환이 미국에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신뢰 구축을 위해 속도감 있게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유엔사에 유해를 넘기고, 유엔사가 간소한 행사를 한 뒤 미군 측에 이를 인도하는 방식으로 유해 송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군에서 DNA 검사와 신원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해 송환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번째 방북과 동시에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18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공동합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해 송환과 폼페이오 방북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관건은 ‘부속합의서’, 디테일 담아야

대규모 유해 송환은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면서 성의를 보인 것에 대한 화답 성격도 있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앞서 양국이 서로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북한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절차에 나설 경우 비핵화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유해 송환과 마찬가지로 엔진 시험장 폐기 또한 실질적인 비핵화라는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 개발을 완료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용도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속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부속합의서 작성을 위한 실무 접촉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세부 표현을 꼬투리 잡아 물고 늘어질 경우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될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유해 송환과는 별도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 후속 협상에서 단계별 조치가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비핵화를 위한 세부 일정과 단계별 이행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북-미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트럼프#미군유해#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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