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구 찾아간 김정은, 350년 역사 제약업체 ‘同仁堂’ 들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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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일정 마치고 다시 北으로

방중 둘째날 경제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과 경호 차량들이 9일 오전 
베이징 창안제 도로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왼쪽 사진). 김 위원장은 전격 방중 이틀째인 이날 베이징 서남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대표 전통의약품 제조업체 퉁런탕 공장을 시찰했다. 베이징=AP 뉴시스·권오혁 특파원
방중 둘째날 경제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리무진과 경호 차량들이 9일 오전 베이징 창안제 도로를 줄지어 달리고 있다(왼쪽 사진). 김 위원장은 전격 방중 이틀째인 이날 베이징 서남부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대표 전통의약품 제조업체 퉁런탕 공장을 시찰했다. 베이징=AP 뉴시스·권오혁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베이징(北京) 방문 27시간여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약 8시간을 함께 보내며 북-중 간 밀착관계를 과시했다. 북-미 정상 간 담판이나 협의 전에 반드시 북-중 정상의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친다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8일 오전 10시 45분경(현지 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문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는 9일 낮 12시경(현지 시간)부터 베이징 중심의 최고급 호텔인 베이징판뎬(北京飯店)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약 2시간 동안 오찬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처럼 특별열차로 베이징을 찾았던 지난해 3월 1차 방중 때는 베이징을 떠나기 전 댜오위타이 별궁인 양위안자이(養源齋)에서 시 주석 부부와 오찬을 했다.

베이징판뎬은 1900년에 설립된 베이징을 대표하는 호텔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급 인사와 고위 관리들이 주로 머문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왕푸징(王府井)에 있다. 베이징판뎬에서만 맛볼 수 있는 100여 년 역사의 청나라 최고급 연회 요리 탄자차이(譚家菜)를 비롯해 중국 각지의 대표 요리로 유명하다. 자금성, 톈안먼(天安門)도 가깝다.

김 위원장이 오찬을 위해 머무는 동안 베이징판뎬 주변은 행인들이 서 있는 것까지 막고 빨리 지나가게 할 정도로 철통 경비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경 특별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8일 오후 4시 반부터 1시간여 동안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10시 반까지 생일 축하를 겸한 환영 연회를 함께했다. 이날만 6시간여 동안 시 주석과 긴밀히 대화한 것이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오전 9시 반경 중국 당국의 정상급 경호 의전을 받으며 검은색 특대형 전용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타고 댜오위타이를 출발해 베이징 서남부 이좡(亦庄)의 경제기술개발구로 향했다. 개발구 내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 전통의약품 제조업체인 퉁런탕(同仁堂·동인당) 공장을 찾았다. 1669년에 창립된 이 기업은 35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우황청심환이 대표 상품이다.

이날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과 만난 퉁런탕 관계자는 “북한 지도자가 30여 분간 머물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문 때문에 퉁런탕 직원들도 임시 보안검사대를 통과해 공장에 들어갈 정도로 통제가 강화됐다고 한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는 첨단기술 기업 공장이 몰려 있다. 벤츠, GE,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들도 입주했다. 중국 개혁개방 40년 역사에서 가장 빠른 산업 발전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개발구에 있는 첨단기술 기업보다 전통 중국 제약회사를 방문한 배경이 주목된다. 퉁런탕 공장은 중국 고위 관리들도 단골로 시찰하는 곳이다. 퉁런탕 관계자는 “(시 주석의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 당서기도 두 차례 방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현지지도 과정에서 의약품 생산 정상화를 강조한 데 이어 1일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 제약 공장 현대화를 강조했던 김 위원장이 북한에 풍부한 인삼 등 약용식물을 바탕으로 전통 제약 산업을 발전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신문 대표단도 2010년 퉁런탕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방중 때는 ‘베이징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中關村),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 베이징시 철로교통지휘센터 등을 찾았다.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일정을 비밀에 부치면서 방문이 임박해서야 해당 지역의 교통을 통제하자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는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이좡의 한 시민은 “어떤 지도자가 시찰 오는지 모르겠으나 부탁한다. 주말에 오면 안 되겠나”라고 글을 남겼다. 퉁런탕이 있는 이좡은 이날 오전 한때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올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중국 당국의 검열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특파원
#김정은#시진핑#베이징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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