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권정치에 빠져 모든 게 엉망진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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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 前연준의장, 트럼프정부 비난
“로비스트-싱크탱크가 워싱턴 장악… 대법-대통령에 대한 존경 사라져”


“아무도 이 나라의 지도층에 믿음을 갖지 않는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운영하겠다는 건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 ‘인플레 파이터’로 명성을 날린 미국의 경제 원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91·사진)이 2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면에서 엉망진창(hell of a mess)”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볼커 전 의장은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79∼1987년 연준을 이끌었으며 당시 오일쇼크에 따른 살인적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렸다. 은행의 자기자본의 투기성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인 ‘볼커 룰’로 유명한 경제 원로다.

볼커 전 의장은 “정부에 대한 존경, 대법원에 대한 존경, 대통령에 대한 존경,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심지어 연준에 대한 존경까지도. 이는 정말로 나쁘다”고 우려했다. 그는 “핵심적 문제는 우리가 금권정치에 빨려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워싱턴은 로비스트와 싱크탱크에 의해 장악됐다”고 비판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이달 말 회고록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나는 책을 쓸 의도가 없었지만 괴롭게 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 나라 통치체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된 회고록에서 1984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옆 서재로 불려가 레이건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을 만나 금리 인하 압력을 받았던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고 베이커 비서실장이 ‘대통령은 선거 전에 금리를 올리지 말 것을 당신하게 지시하고 있습니다’라는 쪽지를 건넸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볼커#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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