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 집값 폭등 골치… 규제 풀어 공급 늘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 호황-브렉시트 기대감에 ㎡당 평균가격 1만유로 육박
월세까지 뛰자 공급확대 주력… 임대료 상한제 재도입 논의도

프랑스 파리 6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에서 한 시민이 창문에 붙은 집값을 살펴보고 있다. 갤러리와 대학 등이 밀집한 6구는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10% 이상 오르며 ㎡당 평균 가격이 1만3000유로(약 1670만 원)를 넘어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파리 6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에서 한 시민이 창문에 붙은 집값을 살펴보고 있다. 갤러리와 대학 등이 밀집한 6구는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10% 이상 오르며 ㎡당 평균 가격이 1만3000유로(약 1670만 원)를 넘어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파리에 거주해 온 드미트리(34)와 엘로디(28) 부부는 2년 전 파리 외곽에 집을 샀다. 15일 기자와 만난 이 부부는 “60m²의 집을 파리 근교에서는 20만 유로(약 2억6000만 원)면 살 수 있지만 파리에선 40만 유로(약 5억2000만 원)에서 80만 유로(약 10억4000만 원)까지 줘야 한다. 비싼 월세 때문에 파리 생활의 꿈을 접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파리도 한국의 수도권처럼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평균 파리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7.1% 상승했다. 파리 전체 20개 구의 m²당 평균 가격이 1만 유로(약 13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9개 구는 이미 1만 유로를 넘어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거의 제로 금리로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대출액 상당수를 무이자로 지원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0년 상환 대출 금리가 1.5% 수준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바람이 불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반사이익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집값뿐만 아니라 월세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프랑스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월세 상승은 학생이나 저소득 복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집값과 월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4월에 정부는 “더 많이 더 좋은 집을 더 싸게 짓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른바 ‘엘런법’을 발표했다. 엘런법은 새로운 집을 짓는 데 따른 규제를 완화하고, 2020년까지 경제성이 떨어지는 오피스 공간 50만 m²를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임대용 주택이 모자란 도시에 임대 목적으로 신축 건물을 짓거나 구매할 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도 마련됐다.

최근 프랑스에선 임대료 상한제 재도입이 논란이다. 2014년 28개 대도시에 한해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됐고, 대도시인 파리와 릴에서 이 정책이 실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법원에 의해 무효화됐다. 파리시는 이를 복원하려 하지만 저소득 세입자들을 보호하려는 이 조치가 오히려 임대 아파트의 공급 물량을 막아 버리고 부동산 시장 자체를 경직시켜 버리는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많다.

부동산중개소 파리 스테이 임원경 대표는 “올해 1, 2분기 매매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7% 정도 감소한 것을 보면 이제 집값의 피크는 지난 것 같다”며 “부동산 구입을 투기로 보는 인식이 없는 프랑스 특성상 정부가 대출 혜택을 줄이고 금리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면 집값은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는 은퇴 후에도 은퇴 전의 80%에 달하는 연금이 나오고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도 없어 꼭 집을 사야 된다는 절박함이 한국에 비해 훨씬 적다. 임차인으로 사는 데 따른 불편함도 적다. 월세를 잘 낼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을 쫓아낼 방법이 없고 월세 인상률도 물가 상승률을 넘어설 수 없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리도 집값 폭등#규제 풀어 공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