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밖으로 나온 시계-차, 온라인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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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국제박람회를 떠나 온라인과 고객 체험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시계·주얼리 박람회 ‘바젤월드 2018’에 설치된 오메가 부스(왼쪽 사진)와 오메가 공식 인스타그램. 바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오메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기업들이 국제박람회를 떠나 온라인과 고객 체험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시계·주얼리 박람회 ‘바젤월드 2018’에 설치된 오메가 부스(왼쪽 사진)와 오메가 공식 인스타그램. 바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오메가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지난달 시계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와치그룹이 내년부터 ‘바젤월드’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 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월드는 100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시계 박람회로 위블로, 롤렉스, 오메가 등 전 세계 유명 시계 브랜드들이 매년 그해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곳이다.

오메가, 브레게, 블랑팡, 해밀턴 등 18개 시계 브랜드가 속한 바젤월드의 큰손 스와치그룹의 이탈은 100년 넘게 이어온 바젤월드를 한순간에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스와치그룹의 바젤월드 불참 발표 직후 박람회를 주관하는 MCH그룹 최고경영자(CEO) 르네 캄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와치그룹의 바젤월드 이탈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제품 공개의 장으로 매년 업계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박람회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바젤월드 참가업체는 650여 개로 13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던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최근 2년 동안 바젤월드를 떠난 업체 수만 800개가 넘는다.

탈(脫)박람회 현상은 시계 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포드, 닛산, 볼보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올해 파리모터쇼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 4대 모터쇼로 꼽히는 파리 모터쇼 불참 소식은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매년 1월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 브랜드가 모두 불참 선언을 했다.

최근 국제박람회가 찬밥 신세가 된 건 높은 참가비에 비해 낮은 홍보 효과와 유통환경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스와치그룹코리아 관계자는 “디지털 중심 시대로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박람회가 투입 비용 대비 홍보 효과 등에서 큰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이나 고객 체험 행사는 늘고 있다.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대표는 스위스 바젤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바젤(월드)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시계를 구매한다”면서 “지난해 우리는 오로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젊은층에게 많은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가 브랜드 정보를 살피고 소통하는 곳은 인스타그램이고 (온라인은) 우리 브랜드에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며 유통환경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일부 명품 시계 브랜드는 다수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박람회 대신 실제 구매 가능성이 높은 단골 VIP 고객들을 초청해 생산공장을 견학시켜 주는 등의 고객 체험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통 모터쇼 대신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으로 무대를 옮겨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홍보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전통 모터쇼는 투자 대비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면서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바뀌었는데 기존 모터쇼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시계#스와치#바젤월드#탈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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