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추행 침묵하던 교황청 “슬프고 부끄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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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사건 폭로 이틀만에 “범죄 행위 비난받아야” 입장 발표

미국 가톨릭 성직자 301명이 70여 년간 어린이 1000여 명을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바티칸 교황청이 16일(현지 시간) “슬프고 부끄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이 주 내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폭력 사건 보고서를 공개한 지 이틀 만이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바티칸 뉴스포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교황은 약자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를 단호히 비난한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 보고서에 기록된 행위는 범죄이며, 도덕적 비난도 받아야 한다. 가해자들은 희생자들의 존엄과 신앙심을 짓밟고 배신했다”고 밝혔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내부 자료를 2년간 조사한 결과 1940년대부터 성직자들이 수많은 어린이를 성추행 또는 성폭행했으며 교단이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4일 폭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범죄가 일어난 시기가 오래돼 성직자 2명만이 기소됐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언급된 성직자 301명 중 100여 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그 밖에도 대부분이 은퇴했거나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가해자들과 학대를 용인한 주체에 책임을 물을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버크 대변인은 이어 “보고서에 포함된 사건 대부분은 2002년 미국 가톨릭주교회가 범죄에 대한 신속한 고발과 성직자의 직위 박탈을 법률로 정하기 전에 벌어졌다”며 “이후에는 성직자에 의한 어린이 성학대가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NN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의 명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가톨릭#교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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