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버팀목’ 반도체마저… 장비수입 두달째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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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4.6%↓… 감소폭 확대, 경기전망 악화에 설비수입 줄여
무역전쟁 여파로 中수출 부진 우려… D램 반도체 가격 6개월째 하락
일각선 “슈퍼호황 조정 국면” 분석도

반도체 산업의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 경제를 홀로 지탱하던 반도체 산업의 수출 동력마저 급속도로 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초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시점이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면서 수출 시장을 조속하게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4억29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6%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5월(17억3546만 달러)에도 6.6% 감소했다. 이는 2016년 7월(―19.4%)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6월에는 두 달 연속 줄면서 감소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기를 예고하는 중요한 지표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면 기업들이 제조 설비를 확대하기 위해 제조용 장비 수입을 늘리고 반대로 전망이 나쁘면 수입을 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수출을 ‘나 홀로’ 이끌어 온 효자 산업이다. 2016년 반도체 수출 금액은 622억2800만 달러였다. 전년 대비 1.1% 줄어든 수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2017년 수출 금액은 전년보다 60.2% 증가한 997억12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런 호황에 앞서 반도체 업체들은 제조용 장비 수입을 크게 늘렸다. 2016년 8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38%나 늘었으며 한때 월별 기준으로 증가 폭이 266.5%에 달할 때도 있었다. 2016년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 8개월간 월평균 증가율은 113.1%다.

하지만 좋았던 흐름이 최근 들어 크게 둔화하고 있다. 올해 2월 102.1%로 줄었고 3월에는 29.1%로 내려앉았다. 그러다 5월부터는 아예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줄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대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수출도 함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달러였던 D램 반도체 가격은 6월 8.6달러로 하락했다. 6개월 연속 내림세다. 낸드 가격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슈퍼호황’ 흐름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보통 8개 분기(2년) 단위로 보는 데다 최근 반도체 가격 흐름,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반도체 산업에서 조정이 이뤄질 타이밍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 둔화는 곧 한국 경제의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7.3%에 달한다. 올해 1∼4월에는 20.1%로 비중이 더 확대됐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수출#반도체#장비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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