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유예로 北 비핵화 유도… “안보 해칠 과도한 보상”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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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UFG훈련 중단]26년만에 비핵화 연계한 훈련중단

한미 군 당국은 19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유예를 발표하면서 연합 군사훈련을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머뭇거리거나 딴청을 부리면 언제든 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에 ‘생명’과도 같은 훈련을 대북협상 수단으로 삼는 것은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 중단(cancel) 아닌 유예(suspend)로 최종 가닥

한미 군 당국은 UFG연습 ‘중단’이 아니라 ‘유예’됐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북-미, 남북대화의 평화적 분위기 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했다는 것이다. 과거 팀스피릿 연합훈련이 잠정 중단(1992년)됐다가 북한이 다시 핵개발에 나서자 1년 만에 재개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 (훈련을) 즉각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후속 협상에 삐딱하게 나오면 올해 11∼12월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한미 연합 공군훈련)를 실시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제 비핵화 합의의 ‘첫발’을 뗐는데 훈련 중단은 ‘과도한 보상’을 준다는 비판을 고려해 훈련 유예로 표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UFG 유예가 결정되면서 미측 관계자들의 방한이 취소돼 한미 간 내년 KR 훈련 일정을 조율하는 회의도 연기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KR와 FE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훈련 준비과정이 늦어지면 전체 훈련 일정도 연기될 공산이 커진다. 우리 군은 UFG 유예에 따른 대비태세 유지 차원에서 6∼7월에 단독훈련(태극연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 北, 훈련 유예에 걸맞은 상응조치 할까

군은 UFG 유예 결정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상응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한 적대행위 해소의 ‘중대 조치’가 실현된 만큼 북한이 늘 강조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 차원에서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급한 미사일 엔진실험시설(동창리 시설)의 폐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 고도화에 스스로 ‘족쇄’를 채워 미국의 북 핵·미사일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북-미 후속협상을 거쳐 핵시설 폐쇄와 신고 등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개연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중단과 함께 2009년 추방한 국제기구의 사찰단을 수용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훈련 중지 길어지면 한미 전쟁수행력 약화 불가피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훈련 중지가 장기화되면 한미 전쟁수행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KR, UFG 등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군의 준비태세와 양국 군 관계자들의 보직 변경 등을 감안해 1년 전부터 수십, 수백 단계의 치밀한 준비를 거쳐 진행된다. 매년 북한의 핵·재래식무기 도발 시 대응 능력을 숙달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게 핵심이다. 군 관계자는 “1, 2년마다 바뀌는 한미 주요·일선 지휘관들이 유사시 연합작전 수행에 만전을 기하려면 연례 훈련은 필수 중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훈련은 한미 군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수시로 옮겨 다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장비를 추적하고, 북한군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이 때문에 훈련 중단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의 대폭 축소 또는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훈련유예#북한 비핵화 유도#과도한 보상#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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