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노동시간 획일적 규제는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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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태풍이 온다]獨 노동문제 전문가 그롤 박사
“獨, 기간제 도입해 장기실업 구제… 급격한 임금 상승 막아 채용 확대”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의 노동문제 전문가인 도미니크 그롤 박사(사진)는 “임금과 노동시간을 법으로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은 해고가 어려운데도 어떻게 노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는가.

“정규직은 전일노동자(Vollzeitarbeiter)든 시간제노동자(Teilzeitarbeiter)든 해고가 어렵다. 회사가 힘들 때도 누구 한 명만 해고하는 식으로 개별적으로 해고할 수 없고 10%라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해고해야 한다. 그래서 기간제 노동자(befristete Arbeiter)가 도입됐다. 2003∼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총리가 장기 실업자 구직 지원책과 함께 확대한 제도가 기간제 노동이다. 기간제 노동자는 3번 이상 계약을 갱신할 수는 없지만 1년 혹은 2년 지나서 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업체에 유리한 제도다.”

―슈뢰더 개혁이 끼친 다른 영향을 들자면….

“무엇보다 임금의 완만한 상승으로 기업의 채용 여력을 늘려줘 많은 사람이 고용되는 계기가 됐다. 독일은 산업별 지역별 단체협약(Tarifvertrag)이 있어서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슈뢰더 개혁으로 단체협약에 예외 조항이 많이 생기고 더 많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임금과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거꾸로 단체협약에도 영향을 줘 전반적으로 임금 인상시 노동자의 생산성 이상으로 오르지 않게 됐다. 같은 시기 프랑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이런 개혁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35시간 노동제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법으로 정하면 그것으로 끝이나 독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독일은 법으로 단일하게 규정하지 않고 기본틀(Rahmenbedingungen)만 정하고 여지를 줘 현실에 맞게 고칠 수 있게 한다. 노동 분야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쓰인다.”

―독일이 이웃 나라 프랑스에 비해 노사 간 타협이 잘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많고 사업자들과 근로자들이 스스로 조정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파업이 마지막 수단이 된다. 독일에서는 개별적으로 맞추고, 정부는 별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독일식 모델이 영미식보다 뛰어나다고 보는가.

“실업률만 보면 독일이 프랑스보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영국도 실업률이 낮아서 독일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영미식이 더 유연한 건 사실이다.”

킬=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임금#노동시간#획일적 규제#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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