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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한국에 부는 ‘소확행’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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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한국에 부는 ‘소확행’ 열풍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입력 2018-04-06 03:00수정 2018-04-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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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즐겨 보는 일본 드라마 중에 ‘고독한 미식가’가 있다.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주인공 고로는 출장길의 낯선 장소에서 맛집을 찾아 헤맨다. 메뉴도 쉽게 고르는 법이 없다. 고심해서 선택한 음식을 온 미각을 동원해 집중해서 먹는다. 그의 식사에는 같이 먹는 사람과 술이 없다. 그는 이 행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시간과 사회에 구애받지 않고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때 자유를 느낀다. 혼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고독한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치유)이다.”

고로가 행복한 표정으로 먹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은 그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함께 느낀다. 매회 음식만 달라질 뿐 반복되는 줄거리임에도 2012년 1월 첫 방송 이후 6년 넘게 시즌7까지 이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소소한 행복’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작년부터 20, 30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소확행’ 열풍이 올해 들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기업 마케팅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출판 시장은 물론이고 유통, 여행업계에서는 ‘소확행’을 내세워 마케팅하는 곳이 많다. 실제로 집에서도 카페처럼 브런치를 요리할 수 있는 커피머신, 토스터, 주스기 매출이 늘고 있고, 과시용 장거리 해외여행보다 일상 속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소확행’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를 가슴에 품고 꿈을 향해 질주해온 이들에게 ‘소확행’은 미래가 없는 삶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를 수 없는 붕괴된 계층 이동 사다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층의 ‘생존 자세’로 보는 이들도 있다.

반면 작은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현명한 태도라는 분석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의 ‘소확행(小確幸)’은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삶을 즐기는 프랑스의 ‘오캄(Au Calme)’, 장작불 옆에서 코코아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덴마크의 ‘휘게(Hygge)’와 비슷하다”면서 “한국에서도 선진국형 행복 추구 방식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을 느끼는 것’. 이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도에 펴낸 에세이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밝힌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다. 그는 이 책에서 ‘소확행’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와인을 마시며 유튜브에서 찾아낸 숨은 실력자의 노래를 감상’(50대 남성), ‘주말마다 아들과 가는 캠핑장에서 올려다본 밤하늘’(40대 남성), ‘잠들기 전 어린 자녀와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30대 여성), ‘프레젠테이션 이후의 기분 좋은 피로감’(30대 남성). 지인들이 들려준 소소한 행복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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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7 세계행복지수’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57위였다. 지금 한국에 부는 ‘소확행’ 바람이 반가운 이유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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