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년 만의 금리역전, 시험대 오른 정부·韓銀 위기관리능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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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1.50%)을 추월했다. 연준 위원 15명 가운데 8명은 올해 두 차례 더, 7명은 세 차례 더 금리인상을 예상해 긴축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금리 역전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자금 유출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자금 유출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이 예고된 것이었던 데다 최근 주식시장의 자금 흐름이 금리 차이보다는 기업 실적이나 국가 신용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란 뜻이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 투자 유인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미국 금리인상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추세여서 우리도 금리인상 압력에 직면했다. 한은이 올해 1, 2차례 정도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줄이기는 어렵다. 한미 금리역전 폭이 커지거나 장기화되면 언제든 해외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연준과 동조해 계속 금리를 올리기에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1.4%에 그친 2월을 포함해 최근 5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금리인상을 할 만큼 내수 경기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견 조선업체 구조조정과 한국GM, 금호타이어 사태 등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현안도 돌발 변수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1450조 원 가계부채의 70%가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도 걱정스럽다. 취약계층과 한계기업들이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자칫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면 경기는 급랭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재정 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한은이 돈줄을 죄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저금리 시기에 경제 체질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한 과오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충격을 최소화할 정교한 방안을 찾는 것이 정책, 통화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미국 금리인상#금리 역전#한국은행#한국gm#금호타이어 사태#가계부채#변동금리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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