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노조보장 요구 처음 들어… 기술먹튀는 없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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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 나선 中더블스타 차이융썬 회장 칭다오 현지 인터뷰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1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더블스타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후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칭다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1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더블스타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후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칭다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술 먹튀’ 논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승계 요구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고 밝혀 현재 인수 관건인 노조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 회장은 1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더블스타 본사에서 국내 6개 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더블스타가 2016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뜻이 있음을 밝힌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더블스타의 투자 유치조건을 승인했다. 채권단은 30일까지 노조 동의가 없으면 자율협약 절차를 중단한다며 노조의 현명한 선택을 요청했다. 노조 동의가 중요해진 만큼 간담회 질문은 노조 설득 여부에 집중됐다. 그동안 더블스타는 채권단에 노조와 합의가 안 되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대해 차이 회장은 “(그런 조건을 단 건) 사실이다”라고 재차 밝혔다. 한국을 방문해 노조를 만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필요하면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

특히 이달 12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노조를 방문해 밝힌 “고용유지, 노조보장, 단체협약의 승계”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3월 초 채권단과 차이 회장 등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내용과 달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더블스타 관계자들도 노조 보장과 단협 유지라는 단어를 되물어가며 다시 메모할 정도였다. 더블스타와 채권단, 금호타이어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차이 회장은 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조를 해산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인수 이후 금호타이어는 독립된 회사라 금호타이어 관리자가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조 문제는 국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채권단에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했다고 말한 더블스타가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주야장천 주장한 내용을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간담회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차이 회장은 ‘기술 먹튀’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더블스타는 TBR(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개발과 생산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PCR(승용차 타이어) 개발과 생산에서 더블스타보다 우위라는 게 더블스타의 설명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PCR와 TBR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는 “기술만 얻기 위해 인수하려는 게 아니다. 금호타이어의 PCR를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블스타는 자금력 논란에 대해 “더블스타와 함께 칭다오에 있는 3개 그룹(칭다오궈신, 칭다오청투, 칭다오강)이 연합해 컨소이엄의 일종인 싱웨이코리아를 만들어 투자를 하고 있다. 3개 그룹의 총 자산은 약 15조다”라며 자금 문제를 일축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합의 시한인 30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채권단도 금호타이어 노조를 연이어 압박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더블스타에 매각이 실패하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일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를 만나기 위해 광주공장을 방문한다. 산은이 더블스타로 경영권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마이너스 밸류(가치)가 된 중국 공장을 플러스 밸류로 매겨준 유일한 곳이 더블스타”라며 “노조 측에 산은이 왜 이런 결정을 하고, 상황이 어떤지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다오=변종국 bjk@donga.com / 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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