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전초기지”… 화학-중공업 투자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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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 응우옌쑤언푹 총리 회동

8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효성의 베트남 사업 확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효성 제공
8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효성의 베트남 사업 확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효성 제공
효성이 베트남에 화학 및 중공업 부문 투자를 확대 진행한다. 베트남을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등 핵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글로벌 복합 생산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11일 효성에 따르면 조현준 효성 회장은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에서의 화학·중공업 부문 투자를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조 회장은 “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며 “세계 1위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뿐 아니라 폴리프로필렌, 전동기 등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 대한 투자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성에 13억 달러(약 1조4170억 원)를 들여 폴리프로필렌 공장과 이를 위한 탈수소화 공정(DH) 시설,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 건립을 위한 투자 절차를 밟고 있다. 중부 지역 꽝남성에 추가 생산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 투자가 완료되면 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전 사업 부문 제품을 생산하는 복합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전동기 사업도 향후 베트남 중공업 부문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전동기의 경우 원가 경쟁력이 강한 베트남에서 반제품을 만들어 국내 창원공장으로 들여와 완제품으로 제조한 후 해외로 수출해 국내 공장의 생산성도 높이고 수출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전략본부장(사장)이던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에 선제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중국이 값싼 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제조업 분야에서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결국 중국도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베트남을 글로벌 기지로 미리 키운다는 판단이었다.

효성은 2007년 5월 호찌민시 인근 연짝 공단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약 15억 달러(약 1조6350억 원)를 들여 지속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려왔다. 연짝 공단 내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투자 기업으로 축구장 90개 이상 크기인 120만 m² 규모의 부지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전동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채용 규모도 7000명을 넘어섰다.

2008년에는 매출이 6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부터는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해 ‘효자 해외법인’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 4월에는 베트남법인 바로 옆 부지에 효성 동나이법인을 설립해 전동기, 나일론,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등의 생산시설을 추가했다.

조 회장은 이날 응우옌쑤언푹 총리와의 자리에서 최근 열린 23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대회에서 한국의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결승까지 오르며 선전한 것을 축하하며 “효성과 베트남도 긴밀히 협력해 효성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베트남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베트남 인프라 사업 수주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최근 베트남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전력, 도로, 항만, 도시 개발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송전과 건설 부문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효성이 베트남 국영 변압기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화답했다.

조 회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베트남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제조공정에 빅데이터 등 IT를 결합해 제조 혁신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스마트팩토리와 신재생에너지, 금융자동화기기·전자결제 등 효성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조 회장이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국투자포럼을 열 것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은 2016년 응우옌쑤언푹 총리를 처음 만났으며 이번이 두 번째 회동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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