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브랑코 밀라노비치]부호들의 年수입 모으면 빈곤 7번 해소하고도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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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대학원 객원 석좌교수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대학원 객원 석좌교수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다. 올해 주제는 ‘균열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창조’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지 않고 공동의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최근 발표한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세계 부호들은 지난 1년 동안 무려 76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최극빈층의 빈곤을 일곱 번이나 해소하고도 남는 수치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역시 1980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0.1%가 쌓은 부의 규모가 하위 50%인 37억 명의 부와 동일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 국가 간의 소득 불평등은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수십 년간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국의 소득이 크게 늘면서 부유한 국가에 가까운 평균소득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 성장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은행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국가의 상위 10% 부유층 소득에 대해 최대한 정확한 추정치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이때 확인한 소득 불평등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 국가일수록 부의 불평등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도 연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부유층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소득이나 자산을 감추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불평등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득 불균형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리가 없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의 미국 소득 배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불균형이 심할수록 부유층에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에 대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이 계속해서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870∼2015년 사이 미국, 스웨덴 등 16개 선진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최근 연구 보고서는 이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몇 세대 동안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의 재산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는 수준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 부의 불평등은 남녀 간에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부가 집중된 계층에는 남성이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반면 낮은 임금을 받고 불안정한 일자리에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정부의 행동이 불평등을 완화시킨 사례는 많다. 유럽과 미국의 불평등이 크게 감소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절박한 요구가 있다.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 대학원 객원 석좌교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균열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창조#옥스팜#소득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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