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thole’에 빠진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종차별 발언 파문 확산
‘똥’ ‘쓰레기 구덩이’ ‘오물통’ 등 전세계 언론들 막말 번역에 당혹
모욕대상 阿선 ‘더러운국가’로 순화… 유엔 54개국 阿대사 규탄 결의안
트럼프는 ‘美우선주의’ 트윗 대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석에서 내뱉은 ‘싯홀(shithole)’이라는 민망한 단어 하나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싯홀은 똥을 뜻하는 ‘shit’과 구덩이를 뜻하는 ‘hole’의 합성어. 직역하면 똥구덩이지만 미국에선 ‘거지소굴 같은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욕설이다. 이 단어가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 그것도 백악관에서 여야 의원들이 모인 회의 도중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여야 상·하원의원 6명과 만나 이민법 개정안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를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shithole countries)에서 이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오는 걸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14일 “많은 해외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저속한 욕설을 어떻게 표현하고 보도할지’를 놓고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욕의 대상이 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히려 순화되고 점잖은 표현으로 옮겼다. 탄자니아 매체 음와난치는 ‘더러운 국가들’이라고 썼고, 케냐 매체 데일리네이션은 ‘대변(똥)’을 지칭하는 스와힐리어 단어로 바꿨다. 데일리네이션 측은 “더 노골적인 스와힐리어 표현이 있지만 매체에 게재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 매체들도 ‘똥이 흠뻑 묻은 나라들’(교도통신) ‘실외 화장실’(아사히신문) ‘오물통’(중국 신화통신) ‘쓰레기 구덩이’(오스트리아 언론) 등 주로 똥이나 쓰레기로 번역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사용한 단어는 거칠었다. 하지만 그 단어(shithole)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당시 회의장에 있었던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가 말하는 것을 정확히 들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위터에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이라고만 썼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루퍼트 콜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발언”이라며 “인종차별주의적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단어가 없다”고 비난했다. 아프리카 54개국 유엔 주재 대사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인종차별#미국#트럼프#아프리카#shithol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