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사태 해결 팔 걷은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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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미얀마 찾아 수지와 회동
이례적 내정 문제 개입 눈길… 일대일로 프로젝트 협력 겨냥
美로 기운 미얀마 끌어안기 포석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과 만나 로힝야족 사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나타냈다. 타국의 내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외교 원칙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간 뜨거운 감자인 ‘로힝야족 인종 청소’ 문제에 개입하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을 외교적으로 타개하고 미국으로 기우는 미얀마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다목적의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중국 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1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수지 자문역을 만나 로힝야족 사태 해결을 위한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미얀마군과 반군이 휴전하고 질서와 안정을 되찾는 것,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평등한 조건에서 협의해 난민 문제를 푸는 것, 국제사회가 로힝야족이 밀집한 라카인주의 개발을 돕는 것 등이다. 왕 부장은 수지 자문역에게 “중국은 라카인주의 개발에 도움을 주고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수지 자문역도 “중국이 제시한 3단계 방안에 찬성한다”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수지 자문역은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 논란과 관련해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난까지 나오는 등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로힝야족 해결 과정에서 수지 자문역을 도와 미얀마 민주화와 미국과의 수교 이후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을 되돌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얀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 채택이 시도됐으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막았다.

왕 부장은 미얀마 방문 하루 전인 18일에는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라카인주 개발 지원 계획을 밝히며 로힝야족을 강제로 돌려보내지 않고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설득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로힝야족#중국#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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