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 아베 “야당과도 폭넓은 합의”… 개헌연대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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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여당 개헌발의선 확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마자 ‘필생의 과업’으로 정한 평화헌법 개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오후 도쿄(東京)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안에 대해) 정치권의 폭넓은 합의를 형성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공약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해 이번 압승을 개헌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선거로 개헌 세력이 전체 의석의 80%가량을 차지하면서 개헌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 아베 “희망의당 등 여야 협력” 개헌연대 시사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전체 465석 중 313석을 얻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를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상임위원장을 전원 독식하고 전체 상임위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크게 웃도는 284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이 한 총재 밑에서 3번 연속 중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며 “목표를 넘는 신임을 받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립여당이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한 만큼 개헌을 분모로 보수 성향의 야당 정당과도 손잡고 ‘개헌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연립여당(313석)에 개헌에 전향적인 희망의당(50석) 및 일본유신회(11석)를 합치면 전체 의석의 약 80%를 차지한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개헌에 유보적인 공명당(29석)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향후 일정에 대해 “자민당의 개헌안을 국회 헌법심사회에 제안하고 국회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자민당 개헌안을 내놓고 정치권에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5월 인터뷰에서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선거 압승으로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과 당내 입지는 한층 굳건해졌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전날 자민당이 압승한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아베 총리 다음은 아베 총리”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 가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3연임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3연임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는 2021년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으며, 2019년 11월이 지나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대북 정책 등을 협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대승리를 축하한다. 강한 리더가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5일 함께 골프를 치기로 했다.

대승을 거뒀지만 아베 총리 개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점은 향후 국정운영의 변수로 꼽힌다. 교도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1%였던 반면 ‘신뢰한다’는 답변은 44.1%에 불과했다. 여당은 다음 달 1일 특별국회를 소집해 제4차 아베 내각을 발족한다.

○ 고이케 “완패” 인정…야권 정계개편 이뤄질 듯

야권에서는 선거 직전 급조된 두 정당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은 기존 의석(57석)에서 7석이나 줄어든 50석을 얻으며 몰락했다. 반면 진보 성향 민진당 의원들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를 중심으로 만든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15석)의 3배를 넘는 55석을 얻으며 제1 야당이 됐다.

입헌민주당은 야권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원칙과 명분을 지킨 점이 평가를 받으며 표심을 모았다. 향후 공산당 사민당 등 군소 야당들과 연대하며 반(反)아베 전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다노 대표는 “궁극적으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정권을 다투는 두 개의 큰 세력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서영아 특파원
#아베#개헌연대#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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