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독립은 반란… 자치권 몰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라호이 총리, 사상 첫 헌법 155조 발동

스페인 중앙정부가 분리독립 의사를 끝내 철회하지 않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자치권 몰수라는 초강경 카드를 빼들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1일 긴급 내각회의 소집을 마친 뒤 헌법 155조를 발동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6개월 내에 지방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한 것은 처음이다. 1978년 제정된 헌법 155조는 국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개입을 허용한다.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만 발동이 가능해 ‘핵 옵션’으로도 불려왔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시도를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반란과 불복종’으로 규정했다. 헌법 155조 발동 이유에 대해선 “법치와 공존의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새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할 방침이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한 분리독립 지지파들을 해임하고 경찰권을 가져와 자치권을 사실상 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상원은 27일까지 해당 조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155조 발동에 맞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민 45만여 명이 21일 오후 바르셀로나 거리로 일제히 뛰쳐나왔다. 이들은 카탈루냐기를 흔들고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며 중앙정부의 조치를 규탄했다. 시위에 나선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 군사독재 정부 이후) 카탈루냐 시민들을 겨냥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스페인 정부가 우리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르메 포르카델 자치의회 의장은 헌법 155조 발동을 아예 ‘카탈루냐를 겨냥한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다음 주 자치의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달 1일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경고에도 독립투표를 강행해 찬성 90%라는 결과를 근거로 ‘독립국 권리 쟁취’를 선언한 이후 중앙정부와 자치정부는 일종의 치킨게임을 지속해왔다. 라호이 총리는 독립을 철회하지 않으면 헌법 155조에 따라 자치권을 몰수하겠다고 자치정부를 압박했고, 이에 푸지데몬 수반은 “중앙정부가 압박을 계속한다면 분리독립 의결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맞받았다.

중앙정부가 끝내 자치권 몰수 카드를 꺼내 들면서 공은 다시 카탈루냐로 넘어온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푸지데몬 수반이 카탈루냐 독립을 선언하고 새 공화국 구성을 위한 선거 계획을 밝히는 카드를 뽑아 들 수도 있다며 이럴 경우 스페인 중앙정부는 반란죄를 적용해 푸지데몬 수반 체포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더선데이타임스는 카탈루냐 시민단체들이 인간장벽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계획 중이라고 22일 전했다. 하지만 카탈루냐 전체 여론은 분리독립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바르셀로나 지역지 ‘엘페리오디코’의 21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분리독립에 찬성한다고 답한 카탈루냐 시민은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스페인#카탈루냐#독립#반란#중앙정부#자치권#몰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