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넘게 불안한 정국… 소말리아 ‘테러 악순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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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모가디슈 중심가서 최소 300명 사망… 극단이슬람 ‘알샤밥’ 소행인듯
서방, IS 격퇴 집중하는 틈타
테러세력 아프리카서 세력 확대… 美 23년 만에 다시 군사개입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가 전례 없는 폭탄테러로 아비규환에 빠졌다. 15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공격으로 최소 300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는 소말리아는 물론이고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서방의 관심이 이슬람국가(IS)에 쏠린 사이 아프리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밥의 세력이 커지면서 소말리아와 케냐 등 동아프리카는 끔찍한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14일 트럭 한 대가 모가디슈의 시내 중심부 호단 지역의 K5사거리에서 갑자기 돌진했다. 교통 정체로 인해 도로는 자동차들로 가득 찬 상황. 트럭은 충돌과 함께 폭발했다. 검은 연기구름이 하늘을 뒤덮었고 호텔 문과 유리창, 주변 상가, 버스 수십 대가 박살났다. 폭발 장면을 목격한 주민 무히딘 알리 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폭발이 지역 전체를 초토화했다”고 말했다. 약 2시간 뒤 모가디슈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사상자들이 이송된 모가디슈의 병원은 절규로 가득했다. 의료진들은 강렬한 피비린내를 맡으며 “말할 수 없는 공포”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심하게 타버린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하우오 유수프 씨는 “남편은 기다림 속에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울부짖었다. 부상자들 대부분이 위중한 상태라 사망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말리아 당국은 처참하게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하메드 압둘라히 마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참사”로 규정하며 사흘간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국민들에게 “부상자를 위한 헌혈에 동참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소말리아 정부는 알샤밥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중앙정부가 붕괴된 뒤 소말리아는 25년 이상 혼란에 빠져 있다. ‘청년들’이라는 뜻의 알샤밥은 지난 40년간 소말리아와 케냐 등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이슬람 부흥운동을 펼쳤다. 2011년 이후에는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공식 지부로 활동했다.

알샤밥은 서방이 IS 격퇴에 역량을 쏟고 있는 사이 소말리아 남부에서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를 겨냥한 IS의 테러와 달리 알샤밥은 근거지인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공격을 가해 상대적으로 서방의 관심을 덜 받았다. 67명이 숨진 2013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총기 난사를 비롯해 끔찍한 테러를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최근 소말리아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이번 테러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소말리아에서 민간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습 제한을 완화해 무인기 공격을 확대했다. 1994년 이후 처음으로 미군 정규군을 배치하는 안도 승인했다. 미국은 1993년 모가디슈에서 미군 헬기 2대가 격추된 ‘블랙호크 다운’ 사태 이후 소말리아에서 발을 뺀 상태였다.

테러 분석 매체 롱워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소말리아에서 알샤밥 지도자와 군 기지를 겨냥해 15차례 공습을 가했다. 미군의 7월 30일 공습으로 모가디슈와 소말리아 전역에서 테러를 주도한 알샤밥의 지휘관 알리 자발이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소말리아#테러#알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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