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와이 州정부 “北 핵공격 대비 생존배낭 꾸려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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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주민대피 지침 최근 마련
“핵미사일 요격 실패땐 20분내 도달… 상공 폭발시 최소 1만5000명 사상”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하와이 주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구체적인 주민 대피 지침을 최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 미군 증원 등을 책임지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는 북한에서 약 7500km 떨어진 곳으로, 북한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유효 사거리에 있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아일보가 15일 단독 입수한 하와이 주정부 국방부 산하 비상계획국(Hawaii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의 ‘북한 핵미사일 대비 주민 대피 지침’에 따르면 하와이주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겠지만 격추에 실패할 수도 있다”며 주민들에게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A4용지 30쪽 분량의 이 지침은 지난달 21일 작성됐다.

주정부는 “북한은 하와이에 닿을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 중이고, 사전 예고 없이 발사할 수 있다. 북한에서 하와이까지 20분이면 도달한다”며 “(미사일은 하와이의 주도인) 호놀룰루를 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마우이 등) 인근 섬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사일 격추에 실패해) 100kt급 핵폭탄이 상공 300m에서 폭발하면 최소 1만5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생존하더라도 이 중 45∼60%는 피폭 초기 방사능과 낙진에 노출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하와이주 인구는 약 140만 명이며 주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북핵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주정부는 주민들에게 매우 구체적인 대비책을 알려주고 있다. 핵 공격 시 ‘생존 배낭’엔 14일 치의 음식과 물을 비롯해 △배터리로 가동되는 AM·FM 라디오 △무전기 △호루라기 △방수포와 담요 △신용카드 불통에 대비한 소액권 현금 등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또 북한이 사전 예고 없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만큼 개인별, 가족별 행동계획을 미리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와이 주정부는 “핵 공격 시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할 시간도 없다. 평소 훈련을 통해 대피 행동이 자동적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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