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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상훈]원전 수출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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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상훈]원전 수출의 마지막 기회

이상훈 경제부 차장 입력 2017-10-11 03:00수정 2017-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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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제부 차장
“우리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고 깨끗하며 신뢰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전력 수요의 25%를 원전이 맡을 겁니다.”

국내 원전업체 관계자의 입에 발린 홍보 문구가 아니다. 탈(脫)원전 지지자들이 비판하는 ‘원전 마피아’의 말도 아니다. 하마드 알 카비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가 지난달 전 세계 원자력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30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세계 주요국의 원자력 고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원자력 장관급 회의’가 열린다.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회의 이후 4년 만이다.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의 시운전을 기념하기 위해 UAE가 IAEA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말이 회의이지 최첨단 신형 원전 준공을 경축하기 위한 파티다. UAE 대사의 메시지는 이 자리에 고위 인사들을 초청하기 위해 작성됐다.

계약 체결 8년여 만에 한국산 원전의 본격 상업운전을 앞둔 UAE는 분위기가 한껏 고무돼 있다. 수하일 무함마드 마즈루아이 UAE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새 에너지 정책인 ‘국가 에너지 전략 2050’을 발표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30년간 원자력을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밝혔다. 때마침 IAEA 사찰팀은 바라카 원전을 방문해 “UAE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원전 준공을 앞두고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UAE는 바라카 원전을 세계 최고의 원자력 시설물로 자부한다. 자국의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원자력연방규제기구(FANR)’가 “원자력 품질과 안전에 있어 최고 기준에 맞췄다”고 했으니 부풀리거나 깎아내릴 게 아니다. 바라카 원전과 같은 모델(APR-1400)인 신고리 5, 6호기에 대해 한국의 원전 반대 진영은 “건설 중단이 탈핵의 첫걸음이자 국민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최고의 기술’로 칭송받는 원전이 자국에서 ‘불행의 씨앗’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있는 셈이다.

잔치판은 UAE가 벌였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에 따라 한국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자리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설명회에 서기관을 보내 거센 비판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엔 차관보급 관료를 보내겠다고 한다. 그래도 한국의 원자력 역사를 새로 쓴 바라카 원전 행사에 보내는 인사치고는 초라하다.

정부가 탈원전과 별개로 원전 수출만은 제대로 하고 싶다면 바라카 원전의 성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UAE 정부는 “한국산 원전은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규제기관이 인정하는 최신 안전성과 성능을 갖췄다”며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 소송이나 안 걸리면 다행인 수주 사업에서 이런 호평이 나온 사례는 찾기 어렵다.


세계 원전 시장은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국력을 무기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전쟁터다. 이런 무대에서 실제로 원전을 지으면서 쌓은 신용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자산이다. 때마침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심사를 통과하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유럽 안전인증서가 붙은 한국산 원전에 세계가 박수를 보내는 역사적인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정상급 인사, 적어도 국무총리는 보내서 바라카 원전이 어떤 시설인지, 한국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 지었는지 홍보해야 한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렇게 흘려보내선 안 된다.
 
이상훈 경제부 차장 january@donga.com


#세계 원전 시장#원전 수출의 마지막 기회#한국산 원전의 우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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