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진현]미완의 나라 대한민국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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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시민사회 이룬 제3세계 유일한 별종, 한국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한반도 문제 해결할 힘이 없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 태극기와 촛불집단에 호소한다
‘패거리 배반’의 용기 보이길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은 이 세상 보통 나라들에 비해 매우 독특한, 거의 유일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지리적 공간을 나누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유일한 민주시민국가이다. 이웃은 모두 시민 없는 신(神)과 황제의 나라들이다. 북한은 3대 세습 왕조, 김일성 주체 ‘유일사상’을 제도화한 광신(狂神)집단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천하 중심 유일 황제국가요, ‘모택동사상’에 이어 시진핑‘사상’을 만드는 중에 있다.

일본은 형식상 1등급 민주주의 국가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헌법상 ‘천황’이 실존하고 시민 아닌 신민(臣民)의 왕국이다. 아무리 노벨상 탄 자유주의자들이 나서 시민운동을 해봐야 전국에서 20만 명 동원에 그치고 도쿄의 최대 데모 인원은 아무리 모여 봤자 5만 명이다. 고르바초프의 정상국가화를 전복시키고 마르크스-레닌-스탈린주의를 이은 러시아의 푸틴 황제 19년 집권은 신으로 비상하려는가.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조숙한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등장은 동북아시아의 별종이며, 21세기 지구촌 정치실험의 유일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선진국과 겨루거나 앞서가는 최고 등급의 민주정치다.

둘째, 명실공히 힘에 있어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유일한 나라, 사방이 핵무장 국가로 막힌 유일한 선진국이다. 연성력 경성력을 합친 국력 세계 순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만이 공식으로 인정된 핵보유국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전 육군성과 해군성이 각각 원자폭탄 연구를 시작했고 지금은 원료와 기술 양면에서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 실험 끝에 수소탄까지 이르렀다. 대한민국처럼 사방이 기존 또는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로 꽉 막힌 지군학(地軍學)적 실존은 없다.

셋째, 개방이다.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 사회다원화라는 근대성의 압축 복합적 성취는 그 어느 선진국의 과거에서도, 제3세계 어느 나라 근대화에서도 찾기 어려운 극한의 개방화를 초래했다. 무역의 비중, 증권시장 외자 비중, 고급 외제차 수입, 해외 유학생, 해외여행, 국제회의와 행사 횟수…. 한국을 잘 아는 미국 학자가 거의 병적일 정도의 국제회의 개최에 그만 매달리라고 칼럼까지 썼다.

그래서 진짜 고질병이 생겼다.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 중에서 에너지와 먹거리를 거의 100% 가깝게 수입하는 나라, 한국뿐이다. 선진국 또는 패권국치고 에너지와 먹거리의 여유로 남을 원조하거나 생명자원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나라는 있지만 전적으로 바깥질서와 수입에 의존하는 선진국은 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이런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특성으로 해서 대한민국의 한류, 케이팝, 인물, 네트워크, 선교 등 세계를 리드하는 우리 문화와 한인(韓人), 한민족의 세계화가 우뚝 섰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6대주에 퍼져 있는 동포 2800만 명을 합친 한인 한민족 8000만 명의 중심 거점이 됐다. 그 어느 한인사회보다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력이 가장 커서만이 아니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인 자유 인권 평등 복지 다원 연대 개방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 축적한 한인공동체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를 성실히 가꾸는 것이 지금 맞이한 최악의 위기 앞에서 우리가 다져야 할 몫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최악으로 불신받고 있는 정치인과 국회 그리고 청와대에 엎드려 호소한다. 대한민국은 완성된 나라가 아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조건 속에서 그 제약과 왜곡을 극복해야만 완성되는, 4강과 견주며 자강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그 길을 인내하며 개척해야만 하는 과정의 나라다.

문재인 대통령의 절규,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가 미완인 이 나라의 실체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정치공학 꼼수에 전념하는 여야 정치권, 특히 태극기·성조기 함께 든 반동보수와 극좌 촛불운동꾼들은 특별히 다음 구절을 새겨듣고 패거리 배반의 용기, 나라 완성을 향한 양심의 용기를 발휘하길 당부한다.

“이 나라 진보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하면 광우병 소 들어온다며 플래카드 내 투쟁하는데 이건 정직하지 않다. 제일 하고 싶은 얘기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다.”(노무현 대통령, ‘2007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북한 3대 세습#북한 수소폭탄#대한민국#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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