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파리 시민의 발이 된 ‘벨리브’… 자전거 이어 킥보드도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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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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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0년 공공자전거 대여제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24일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이용한 뒤 주차하고 있다. 자전거 안장이 뒤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고장이라는 
신호다(흰색 점선 안). 오른쪽은 6월부터 파리 남쪽 외곽 몽루주에서 시범 운행 중인 공공 킥보드.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24일 공공자전거 벨리브를 이용한 뒤 주차하고 있다. 자전거 안장이 뒤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고장이라는 신호다(흰색 점선 안). 오른쪽은 6월부터 파리 남쪽 외곽 몽루주에서 시범 운행 중인 공공 킥보드.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진짜 파리지앵만 알 수 있는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마크와 카티 씨 부부는 24일 파리 1구 샤틀레 공공자전거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 안장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전거 21대 중 2대의 안장이 거꾸로 돌아가 있었다. 카티 씨는 “이 자전거는 고장 났으니 타지 말라는 신호”라며 “공공자전거 도입 10년이 되다 보니 이처럼 하나의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파리 외곽에 사는 부부는 이날 바스티유까지 지하철로 온 뒤 공공자전거로 갈아타고 이곳까지 왔다. 마크 씨는 공공자전거를 타는 이유에 대해 “파리 시내로 진입하려면 길이 워낙 막혀 자동차로는 40분이 걸릴지, 1시간이 넘게 걸릴지 알 수가 없다”며 “지하철과 자전거를 타면 20∼30분이면 도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자전거가 너무 편리해 집에 있던 차를 없앴다고 덧붙였다.

지하철이나 버스도 기다릴 필요 없이 자유롭다는 의미에서 ‘자전거(v´elo)’와 ‘자유(libre)’를 결합한 ‘벨리브(v´elib)’로 이름 붙여진 파리 공공자전거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벨리브는 시내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의 스트레스도 낮추는 1석 3조의 효과를 내며 파리 시민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올해 연간 등록자는 파리 시민의 10%가 넘는 30만 명. 벨리브 2만3600대가 파리 시내를 매일 돌아다닌다. 샤틀레 자전거 주차장에서 20분 동안 지켜본 결과 비치된 21대 중 18대가 나가고 들어왔다.

이후 파리의 공공 교통수단은 자전거에 이어 자동차와 스쿠터로 확산됐고 올해부터는 공공 킥보드까지 시범 운영 중이다. 2011년 유럽 최초로 시작한 공공자동차 오토리브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현재 등록자 13만 명이 4000대의 차량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오토리브는 도입 이후 1억6500만 km를 운행해 파리 지역 승용차 3만6361대를 없애는 효과를 냈다. 자동차도 스쿠터도 모두 전기로 운행돼 2020년까지 CO₂ 20%를 줄이겠다는 프랑스의 목표를 실현하는 첨병이 되고 있다.

파리에서 공공 교통수단들이 성공한 비결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에 있다. 벨리브는 연간 29유로(약 3만9000원)만 내면 30분 이내 운행은 1년 내내 공짜다. 오토리브도 30분당 9.5유로(약 1만2900원)로 택시보다 훨씬 싸다. 게다가 파리 시내에 벨리브 주차장이 1260곳, 오토리브 주차장은 1100곳이 마련돼 있다. 평균적으로 시내 어디서나 300m마다 주차장이 있는 셈이라 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게다가 교통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이고 이들 공공 교통수단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자가 직접 샤틀레 주차장에서 오토리브 차량을 대여해 몰아보니 아주 편리했다. 차량은 승차용과 짐 운반용 두 가지가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파리 전역의 주차장 위치와 주차 가능 대수를 쉽게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차 안에는 내비게이션과 에어컨이 장착돼 있다. 차에 문제가 생길 경우 차 안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지 상담원과 연락이 가능했다. 도착 후에는 차에 전기 충전코드를 꽂았다.

벨리브 도입 10년을 맞은 파리시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페달을 밟는 일반자전거 외에 전기자전거를 도입해 오르막 주행이 힘든 시민들도 벨리브를 이용 가능하게 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도난과 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공공자전거#파리#킥보드#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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