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직 사퇴” 美 CEO들 ‘脫트럼프’ 행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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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우월주의 미온적 대응 반발, CEO 6명 경제자문단서 탈퇴
사퇴 발표후 기업 주가 오르기도… 시민단체들도 사퇴 촉구 캠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맡던 거물 기업인들이 과감하게 대통령을 등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경제자문단을 탈퇴하며 반기를 든 최고경영자(CEO)가 무려 6명에 이른다.

미 CNN머니는 15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경제자문단에서 떠난 CEO가 6명으로 늘었다”며 “트럼프 트윗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기업인들이 매우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윗 한 번에 기업 이미지를 띄우거나 망가뜨리기도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업인들이 대놓고 망신을 주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마다 결단을 내렸다.

CNN머니에 따르면 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과 테아 리 부위원장이 15일 연이어 경제자문단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카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편견과 테러를 좌시하는 대통령을 위해 자문단에 앉아 있을 수 없다.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퇴 발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안우파를 향해 돌진한 대안좌파는 어떤가”라며 양 진영에 모두 책임이 있음을 탓하고 이에 인종차별주의 단체 ‘KKK’의 전 대표 데이비드 듀크가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나왔다.

스콧 폴 전미제조업연맹(AAM) 회장도 이날 “(사퇴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제조업위원회를 나왔다. 전날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 제약기업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CEO와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도 사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망신을 준 CEO들은 기업에 악재가 생겨 전전긍긍하기 쉽지만 오히려 당당한 태도다. 실제 14일 CEO의 대통령 경제자문직 사퇴 발표 직후 머크의 주가는 1% 뛰어 최근 한 달 새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기업인들을 향해 “눈치 보지 말고 양심껏 행동하라”며 ‘자문직 사퇴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미 행정부 경제자문단에 속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위원회사퇴(QuittheCouncil)’ 해시태그 캠페인이 번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15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미국 재계에는 기업 수장들이 정치인이자 윤리적 리더로서 행동한 긴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이 빛을 발해야 할 때”라며 사퇴 운동을 독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반트럼프#백인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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