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잽 날린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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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참석한 EU 정상회의서 中겨냥 “EU 기업 인수 막아야”
공공조달 시장 참여 제한도 주장
EU투톱 獨 “외국 투자제한” 맞장구… 돈줄 확보 급한 EU 회원국은 반발

유럽연합(EU) ‘투톱’인 프랑스와 독일이 중국의 EU 경제영토 침범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전 세계 ‘보호주의’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들 역시 중국 등 비EU 국가 견제를 위해 ‘유럽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한 무역이 정글의 법칙보다 더 나은 것”이라며 “해당 국가가 원하지 않는, 비EU 국가들의 EU 기업 인수를 잠재적으로 막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비EU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의미한다. 메르켈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이 EU의 핵심 산업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핵심 기술을 빼가고, EU 경제를 잠식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막고 있어 상호 호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달 첫 정상회의에서 투자·무역 분야에서 중국으로부터 일정한 보호무역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이미 독일 정부는 브뤼셀에 EU 차원에서 전략적인 산업 분야를 외국 투자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요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에 △중국의 덤핑 중단 압박 △외국 투자에 대한 감독 강화 △상호 호혜 원칙에 맞는 공공조달 시장 참여를 요구했다. 프랑스의 한 관리는 “무역 보호를 다루는 EU 기구의 직원 수가 미국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마크롱 대통령이 포퓰리즘을 막아 ‘유럽의 봄’을 가져다준 대가를 원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세계화에 반감이 큰 EU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면 국수주의적인 포퓰리스트들에게 힘이 더 실리기 때문에 적절한 EU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자유무역 신봉 국가로 중국에 대한 무역 보호 조치에 시큰둥했던 독일도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국의 독일 직접투자가 2015년 12억 유로에서 지난해 110억 유로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타냐 알레마니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EU는 외국 투자를 견제할 결정적인 시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럽 전성시대’를 꿈꾸는 프랑스와 독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독자적인 EU 국방력 확충으로 ‘안보 홀로서기’에 나선 데 이어 중국의 경제 분야 침범 저지에 손잡으며 세계 패권 투톱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달콤한 투자 유혹을 맛본 EU 국가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공식 메커니즘으로 견제하자”는 마크롱의 제안은 “트럼프의 보호주의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일부 EU 국가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비EU 국가들과의 거래를 분석하는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 구제금융의 압박을 받았거나 진행 중인 포르투갈과 그리스 등은 당장 자금 마련을 위한 외국 투자 유치가 절박해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다음 달 중순 내각 확대회의에서 논의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나는 개인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유럽이 개방되기를 원하지만 먹잇감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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