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속 이슬람 톡톡]“라마단 단식요? 예외도 있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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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소식이 자주 보도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혹 이슬람에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이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국 속 ‘평범한 이슬람’을 만났습니다. 》
 
우리 안의 이슬람
 
“이태원에는 특히 이슬람 사람이 많아요. 피부색이 한국인과 달리 까무잡잡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성격은 외모와 달리 아주 상냥해요. 열심히 배운 우리말로 명랑하게 인사를 해줘서 기분이 좋아요. 오히려 한국 손님들보다 상냥한 거 같은데요.”―김모 씨(49·서울 이태원 만두전문점 운영)

“안양에도 이슬람 사원이 있어서 가보았는데 여기 한남동에 있는 사원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의 사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 전통 예배당을 볼 때처럼, 잘 몰라도 색다른 모습에 신기한 거죠. 건물의 외경, 특히 이슬람 사원의 상징인 모스크(예배당)에 탑이 세워져 있고 탑 꼭대기에 있는 초승달 모양이 인상 깊어요.”―박모 씨(20대·대학생)

“한국 대학에 교류학생으로 와 있어요.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부터 댄스 가요를 좋아해서 케이팝을 즐겨 들었죠. 본고장 한국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 무척 기대돼요.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팬인데, 직접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앙기타 유니아 푸트리 씨(22·인도네시아 무슬림 대학생)

“한국을 방문하는 이슬람 관광객의 수는 지난해 기준 98만6000명이었습니다. 이는 2015년 74만1000명보다 33% 늘어난 수준입니다. 아직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무슬림의 비중은 5.7%에 불과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추세죠. 특히 한류에 관심이 높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관광객이 많아요.”―신민주 씨(41·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세계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수도 약 25만 명으로 10년 사이 1.6배 증가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슬람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양식 철갑상어가 할랄 인증에 성공하기도 했고요.”―문필선 씨(41·한국할랄인증원 팀장)
 
이슬람 알아가기
 
“인도네시아어 수업이다 보니 언어와 함께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당둣(Dangdut)이라는, 한국의 트로트와 유사한 대중가요가 있어요. 현지에서 인기 있는 당둣 가수가 꾸란의 내용을 암시하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어요. 종교를 대중문화에 녹이는 게 흥미로웠어요.”―권모 씨(22·부산대 학생)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국가들은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어요.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때 집에 있는 물건들을 신경 쓰는 거죠. 그래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들이 이슬람권 국가에 많이 진출하고 있습니다.”―김소정 씨(30대·중소기업중앙회 생활산업부 과장)

“지금 다니는 회사를 언젠가 그만두고 아랍권 국가로 유학을 갈 계획이에요. 서울 강남의 학원에서 아랍어를 배우는데 모음이 없어서 어려워요. 영어와 문법이 많이 다르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것도 생소하고요. 그래도 국내에 아랍어를 하는 사람이 아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해두면 나중에 많은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여한나 씨(29·직장인)
 
절제하고 인내하는 종교
 
“이슬람 예배당에서는 남녀가 함께 기도할 수 없어요. 남녀가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 마음이 흔들리잖아요. 서로의 몸에서 나는 향기라든지 앞사람이 절할 때 보게 되는 뒷모습과 같은 시각적인 면 같은 부분요. 예배에 집중하기 위해서 남성과 여성이 아예 다른 층을 사용합니다.”―박현봉 씨(50·한국 이슬람교 사무차장)

“5월 말부터 시작해서 6월 25일까지 한 달간 금식이에요.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물 한 방울도 못 먹어요. 그러다가 금식을 해제하는 아잔(예배 신호)이 울리면 이프타르라고 하는 첫 끼를 먹어요. 주로 대추야자나 우유로 속을 달랜 후에 2분 동안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배가 고프지만 신앙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하는 거예요.”―아이샤 양(13·초등학생)

“라마단 기간에 단식이 원칙이지만 예외도 있어요.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생리를 하잖아요. 그럴 때는 먹어야 해요.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 어머니들도 음식을 먹죠. 아예 면제가 되는 건 아니고 1년 안에 자기가 편한 날 금식을 지키면 됩니다.”―이현주 씨(49·할랄푸드 식당 운영)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보고 테러 세력이다, 외투 벗으면 안에 폭탄 조끼를 입고 있을 거다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요. ‘한국인인데 왜 이런 걸 믿느냐’고 하면서 욕까지 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들은 종교에 빠져서 미쳤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A 씨(30대·한국인 여성 무슬림)

“꾸란 율법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어요. 한국 정서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건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전쟁 등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라도 다른 능력 있는 남성을 만날 수 있다는 거죠. 단순히 일부다처라고 해서 이상하게 볼 건 아니에요.”―B 씨(40대·한국인 남성 무슬림)

“유교, 불교와 같은 전통적인 한국 종교에서는 비폭력과 배려, 양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은 테러와 연관된 일부 급진 세력의 뉴스가 많이 전해지다 보니 우리 문화와는 다른 것이라는 인식이 많아졌어요. 우리에게 종교로서의 이슬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에요. 무조건적인 이슬람 공포증은 없어져야 합니다.”―이희수 씨(63·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할랄을 아시나요
 
“할랄 음식은 도축할 때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도를 하고 목을 쳐서 모든 피를 다 빼요. 이런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만 먹도록 허용이 되죠.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할랄 고기는 85% 이슬람교도가 사간다고 보면 됩니다.”―라흐만 씨(57·외국 음식 재료점 운영)

“무슬림 고객은 1년에 40∼50%씩 수가 늘어납니다. 이들이 숙박업소를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음식이에요. 단순히 할랄 음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축 서류까지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요리에 이용한 프라이팬으로 할랄 푸드를 조리하는 게 금지돼 있어 할랄 음식만을 요리하고 담는 전용 식기도 있어요.”―윤문엽 씨(35·더플라자호텔 홍보담당)

“돼지고기는 ‘하람’(허용하지 않는 음식)으로 금지돼 있죠. 젤라틴이란 성분에는 돼지껍데기가 이용되는데 젤라틴으로 캡슐 알약을 만들거든요. 그래서 약을 먹을 때 캡슐을 열어서 안에 있는 가루만 먹어요. 대부분의 조미료는 쇠고기 뼛가루가 들어 있어서 할랄 전용 조미료를 사용하기도 하죠.”―코짐존 씨(25·할랄 고기 전문점 운영)

“하람을 먹었단 걸 알았을 때는 일부러 손가락을 목에 집어넣고 토해요. 만두 요거트처럼 육안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있어요.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기 어려운 음식이에요. 소량을 먹었을 때는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그 음식을 먹지 않죠.”―이모 씨(37·한국인 무슬림)

“할랄 인증은 옷 가방 등에도 적용됩니다. 화장품 중에서도 돼지에서 나오는 동물성 콜라겐이 함유되어 있는 제품들이 있거든요. 이걸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 할랄 화장품을 이용해요. 동물성 콜라겐 대신 해조류에서 나오는 콜라겐을 이용해서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는 거죠.”―조민행 씨(49·할랄 화장품가게 사장)
 
오피니언팀 종합·김문희 인턴기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라마단 단식#이슬람교#이태원#할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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