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남중국해서 석유시추 계획” 시진핑 “끝내 강행하면 전쟁으로 갈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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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대일로 회담때 정면충돌… 정상회담서 ‘전쟁’ 언급은 이례적
필리핀 친중노선 변할지 주목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서 석유를 시추하려는 필리핀의 계획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력히 경고했다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폭로했다. 국가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말을 꺼내며 얼굴을 붉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지난해 6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유지돼 온 필리핀의 ‘탈미친중(脫美親中)’ 외교 노선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해안경비대 행사 연설을 통해 15일 시 주석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소개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는 (분쟁 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할 생각인데, 당신네 나라의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당신들의 생각이다. 나는 석유 시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석유 시추 계획을 알렸다. 그러자 시 주석은 “우리는 친구다. 우리는 다투고 싶지 않으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그 쟁점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전쟁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지난해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거론하자 시 주석이 “다음에 논의할 것을 약속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재차 경고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PCA 판결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가 속한 해역이 필리핀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중국 인공섬의 권리를 부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베니그노 아키노 전 정권이) 국제 소송을 거는 대신에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요청해 중국의 남중국해 야욕의 싹을 잘랐어야 했다”며 전 정권이 중국의 남중국해 주둔지 건설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19일과 20일 이틀 일정으로 구이저우(貴州) 성 구이양(貴陽)에서 진행된 양국 간 ‘남중국해 협상 1차 회의’는 6개월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만 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달 1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고향인 다바오 시에 온 중국 군함 ‘창춘(長春)’함에 올라 연합 군사훈련 의향을 밝혔던 때와는 양국 우호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 비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미 공군은 17일 중국 전투기 2대가 동중국해를 비행 중이던 대기관측기 WC-135기에 46m 이내로 접근하며 위협 비행을 했다면서 중국 공군 조종사의 행동이 프로답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전투기는 법과 규정에 따라 식별 조사를 벌였고 관련 조처는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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