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中 달래기’ 시진핑에 자필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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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글로벌이슈 협력강화 기대”… 원전건설 둘러싼 갈등 봉합 나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에게 자필 편지를 써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달 28일 중국 컨소시엄이 투자하는 힝클리포인트 C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화가 난 중국을 보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메이 총리가 ‘무역과 글로벌 이슈에서 중국과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을 방문한 알록 샤르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총리가 자필 편지를 전달하는 건 아주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가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 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시점에 있다. 영국이 중국에 계속 문을 열기 바란다”고 촉구하는 서한에 대한 답장의 성격도 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했던 전임자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달리 메이 총리와 주변에서는 중국에 대해 적잖이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메이의 정치 분야 최고 참모로 알려진 닉 티머시는 “원전 건설에 중국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중국에 국가안보를 파는 것”이라며 “무역과 투자에만 매몰돼 국가안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성토해 왔다.

그러나 류 대사가 FT 서한에서 “지난 5년간 중국의 대(對)영국 투자액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투자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자랑할 정도로 중국은 영국에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 왔다. 국가부채 해소에 공을 들이고 있는 영국으로서는 중국의 달콤한 투자 유혹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있어 개별적인 국가와의 무역 부분에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가디언은 “보수당 정권에서 캐머런 정부가 쌓아 놓은 중국과의 관계를 깨지 않겠다는 메이 총리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관심은 메이 총리가 다음 달로 결정을 미뤄둔 힝클리포인트 C 원자력 발전 건설 프로젝트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샤르마 차관은 15일 중국 왕이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는 다음 달 4,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막판에 끼어든 중국 국영 군수업체에 영국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 메이 총리의 선택은 영국 내부에서도 큰 관심사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이#시진핑#차이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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