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대, 70대 백인가면 쓰고 국제선 탑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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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국 청년이 백인 노인으로 모습을 바꿔 홍콩에서 국제선 여객기를 타고 캐나다에 도착한 사건에 미국 국토안보부도 깜짝 놀랐다. 항공 보안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6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캐나다 출입국관리사무소(CBSA)는 홍콩발 에어캐나다 AC018호에 탄 20대 아시아인 남성을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했다. 홍콩 보안국에 따르면 이 남성은 중국 남부의 한 도시에서 홍콩을 거쳐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는 홍콩 국제공항 환승라운지에서 공모자로부터 1955년생 미국 백인 시민권자의 여권과 비행기표를 받았다. 그리고 70대 노인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으로 변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 남성이 사용한 가면은 미국 가면제조업체 ‘SPFX 마스크’사가 제작한 ‘노인’이란 이름의 실리콘 제품이었다. 기존의 라텍스 제품과는 달리 실리콘 가면은 사람 피부와 매우 흡사하고 얼굴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드러났다. 검색요원이나 이민국 직원을 감쪽같이 속이고 홍콩 공항을 통과해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 이 가면의 가격은 운송료까지 포함해 1259달러(약 139만 원)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눈썰미 있는 기내 보안요원이 “백인 노인의 손이 너무 젊다”고 수상히 여겨 CBSA에 보고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이 남성은 탑승한 지 서너 시간이 지나자 기내 화장실에서 다시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이 남성은 CBSA에 난민 신청을 했다. 캐나다와 홍콩 경찰 당국은 이 남성이 왜, 무엇 때문에 변장을 하고 비행기에 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은폐 기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국토안보부 재닛 나폴리타노 장관은 6일 “테러리스트가 활용할지 모르는 변장 기법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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