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아이비리그의 CEO’ 코넬大 데이비드 스코턴 총장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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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은 지도자(leader)와 경영자(manager)라는 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금융위기로 재정악화라는 도전에 직면하면서 경영자 역할이 지도자 역할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코넬대의 데이비드 스코턴 총장(60·사진)은 왕성한 대외 활동을 벌이면서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의대 교수 출신으로 2006년 7월 1일 코넬대 12대 총장으로 취임한 스코턴 총장은 포천지 500대 기업 CEO와 대학총장들이 산학협동 방안을 협의하는 단체인 ‘산업-대학 포럼’의 의장을 맡고 있고 미 외교협회(CFR)의 종신회원이다.》

“금융위기 속 재정악화 대학들 총장의 경영자 역할 중요해져”
기부금 1년새 27% 감소… 직원 7% 감원 ‘수술’
美사회 짓누르는 불확실성이 경기회복 늦춰

그는 금융위기로 기부금 급감, 재정악화 등의 문제가 터지자 올 들어 ‘리이매지닝 코넬(Re-imagining Cornell)’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그를 만나 금융위기 1년이 미국 대학에 미친 영향과 총장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뉴욕 맨해튼의 코넬대 의대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사무실이 매우 작아 인상적이다.(1평 남짓한 그의 교수 사무실에는 작은 책상과 책꽂이, 두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탁자가 전부였다)

“코넬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의대 교수도 맡아 왔다. 코넬대는 뉴욕 주 북쪽에 있는 이타카에 위치해 있지만 의대와 대학병원은 맨해튼에 있다. 이타카에 있는 총장실은 비서들도 있고 꽤 크다. 학교 측이 이곳 의대 건물에도 큰 사무실을 만들려고 하기에 ‘나는 책상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병원에 병상 하나라도 더 두라’고 말렸다. 여기 사무실에는 비서도 따로 없다.”

―대외 활동이 꽤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장’이며 교수들에게는 연구의 터전이다. 훌륭한 교수와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배우며 자산을 쌓는 곳이다. 대학에는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대학을 이끄는 총장은 대학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에 나아가 정책적 논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CEO 이미지가 강한데 대학총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미국 대학들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 격언에 ‘경영자는 일을 올바로 하고, 지도자는 올바른 일을 한다(Managers do things right and leaders do the right things)’는 말이 있다. 대학총장은 학생과 교수에게 큰 방향을 보여주는 지도자의 역할과 대학을 제대로 운영하는 경영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대학의 기부금이 급감하고 재정이 악화되면서 경영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코넬대는 금융위기 극복에 어떤 노력을 했나.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줬을 뿐 아니라 미국 대학들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미국 고등교육의 위기라고들 말한다. 자선단체와 동문들의 기부금이 급감했고 증시가 추락하면서 기부금 운영수익도 줄었다. 하버드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재정의 30%에서 많게는 50%를 기부금 수입에 의존해 왔다. 코넬대는 기부금 의존도가 12%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기부금 수입이 전년 동기에 비해 27%나 줄었다. 재정 기반이 약해지면서 교수 채용을 미뤄야 했고 건물 신축도 거의 중단됐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조기퇴직 신청을 받아 올해 400여 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전체 직원의 7%를 줄인 것이다. 몇 개월 전 대학 운영경비를 절감하고 한정된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리이매지닝’ 캠페인을 도입했다.”

―금융위기가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대학에도 사회 전체에도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돈을 쓰는 데 조심스러워졌으며 저축을 하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당분간 미국 사회를 짓누를 것이고 이 때문에 경기회복이 더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매우 중시한다고 들었다.

“학생과의 의사소통은 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자주 만나려고 한다. 매년 가을 신입생이 들어오면 일주일 동안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훌륭한 실력은 아니지만 직접 플루트와 색소폰 연주를 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신입생이 ‘코넬대는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라는 다소 도전적인 질문을 해왔다. 학생과 총장이 이런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코넬대 신문에 한 달에 한 번씩 기고를 하는데 내 개인 e메일 주소를 꼭 내보낸다. 학생들의 메일을 받고 싶어서다. 일주일에 150통 정도의 메일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직접 답장을 보낸다.”

―한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30대 초반에 정신수양을 위해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도하던 사범을 따라 서울 서초동 국기원에 가 초단을 땄는데 한국의 아름다움과 친절한 사람들에게 매료됐다. 한글도 배웠다. 나와 아내는 채식주의자인데, 서울 인사동에 있는 사찰음식전문점 산촌을 좋아했다. 나와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이달 말 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에 가는데 벌써 기대된다.”

:스코턴 총장:

-1949년 위스콘신 밀워키 출생

-1970년 노스웨스턴대 심리학 학사

-1974년 노스웨스턴대 의학박사

-1980년 아이오와대 의대 교수

-2002년 아이오와대 총장

-2006년 코넬대 총장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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