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중국의 이유있는 자부심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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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마치 중국 지방도시 같던데요.”

최근에 한국을 관광하고 온 20대 중국 여성의 서울 소감이다. 5년여 전 서울에 갔다 온 친척이 하도 침이 마르게 서울 자랑을 해서 이번에 가 봤는데 베이징(北京)보다 못하더라는 것이다.

대학 구내식당에서 만난 그는 서울을 본 느낌을 묻는 질문에 아무 스스럼없이 대답했지만, 기자는 마치 가슴을 도려낸 듯 속이 쓰렸다.

기자가 어학연수를 왔던 2003년만 해도 베이징 거리는 자전거 인파로 북적댔다. 서울과 20년은 차이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현재 베이징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357만 대로 서울을 크게 앞질렀다. 거리는 자동차 물결로 넘실댄다. 하늘을 찌르는 도심의 마천루 역시 서울보다 훨씬 많다.

평범한 중국인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넘어 최근 중국 지도자의 발언에서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8일 남중국해에서 중-미 양국의 군함이 대치한 사건이 발생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군은 국가주권과 영토 수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해 과거와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폐막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어느 나라도 위안화 가치를 올리거나 내리라고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미국과 유럽의 절상 압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9일 “중국은 절대로 서방 정치제도의 틀을 모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삼권분립이나 다당제 등 서방 정치제도의 상대적 우월성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자부심과 자신감 뒤엔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기자가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인 200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8조3218억 위안(약 2382조 원)으로 1인당 GDP는 1740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GDP는 30조670억 위안(약 6530조 원)으로 1인당 3266달러를 기록했다.

3년 새 GDP가 64.1%나 증가했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달러로 표시되는 1인당 GDP는 87.7%나 늘었다. 이 기간 한국 돈으로 환산한 중국의 GDP는 1.7배나 증가했다.

반면에 2005년 1만6438달러였던 한국의 1인당 GDP는 2007년 2만 달러를 넘는 듯하더니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1만7707달러로 주저앉았다. 중국이 ‘앞으로 날아가는’ 사이 한국은 ‘옆으로 긴’ 셈이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점거와 몸싸움으로 얼룩진 한국 국회의원들의 추태를 대서특필했다. 한국이 ‘옆으로 긴’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중국 광둥(廣東) 성은 “2007년 광둥 성의 GDP가 4050억 달러로 3699억 달러에 그친 대만을 따돌렸다”며 20년 내 한국 추월을 선언했다.

광둥 성은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GDP를 5100억 달러로 크게 끌어올렸다. 올해 달러로 표시되는 한국의 GDP는 지난해보다 1400억 달러가량 줄어든 7161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GDP는 5년 전 수준인 1만400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00원에서 안정됐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안 돼 중국의 일개 성에도 뒤질 판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장차관 등 사회지도층은 말할 것도 없이 4860여만 국민 모두가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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