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해리스 압박’ 부인도 못하고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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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갈등]“협상중 내용 못밝혀” 사실상 시인
與 “증액 수준 국민 납득 가능해야”, 野 “주한미군 불변 약속받아야”

정부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청와대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찾아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순순히’ 인정했다. 양국 최고위급 비공개 대화에 대해서는 내용은 물론 그 자체도 확인하지 않았던 관례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가 정 실장을 만나 면담한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견해차가 컸고, 감정이 골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외교가에서 나왔다. 실제로 청와대는 새해 들어 정 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3주 연속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하며 대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 최상층부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 9602억 원에서 1.5배에 달하는 1조4000억 원 이상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담금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만큼 어느 경우에도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 나라의 일방적인 요구로 동맹국의 신뢰를 훼손하고 갈등을 유발해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분담금 협정이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미국이 무리하게 증액을 계속 요구할 경우 한미 간 협상이 타결돼도 국회 비준동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주한미군 규모 축소 등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주한미군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미북 양국에 확실히 담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성휘 기자
#청와대#‘해리스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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